필동정담

[필동정담] 가향담배 (2017.11.17.)

joon mania 2017. 11. 17. 09:07

[필동정담] 가향담배 (201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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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에 매캐함 대신 부드럽고 달콤한 맛과 향을 느끼도록 향료나 감미료 등을 첨가한 제품이 있다. 가향(佳香)담배(flavored tobacco)라고 부른다. 박하맛 멘톨 담배는 처음 피우는 이에게도 거부감을 덜 줘 이미 상당량 팔리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가향담배 점유율은 2012년 7%대에서 2016년 19.4%로 가파르게 늘었다. 국내에서도 과일이나 허브향 담배 등 다양한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2016년 기준 19세 이상 성인 흡연율은 23.9%로 전년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남자는 40.7%, 여자는 6.4%다. 담뱃세 인상 후 주춤하다 다시 느는데 가향담배가 흡연율 촉진에 한몫하는 듯하다. 질병관리본부가 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된 연구를 보면 가향담배로 시작하면 흡연자로 남을 확률이 일반 담배에 비해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 중 여성은 73%, 남성은 58%가 가향담배를 접했다고 한다. 10대의 가향담배 이용률은 압도적으로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담배규제기본협약은 각국에 담배 맛을 향상시키기 위한 성분 사용을 제한 또는 금지토록 권고한다. 미국은 2009년부터 바닐라, 초콜릿, 체리 등을 함유한 담배의 제조와 판매, 마케팅을 일절 금지했다. 브라질은 2012년부터 모든 담배에 가향 물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유럽연합(EU)에서도 지난해부터 담배에 별도의 필터, 캡슐, 종이를 사용해 맛이나 향을 내도록 하는 것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국민건강증진법에 가향물질 함유 표시만 못하도록 할 뿐 가향담배에 대한 다른 규제는 없다. 올 3월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캡슐형 가향담배 수입과 제조를 금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상임위에서 답보 상태다. 올해 금연사업 정부 예산은 1468억원에 달했다. 2014년 113억원에 비하면 3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내년 예산에도 1334억원이 잡혀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5월 가향담배 규제를 포함한 비가격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후속 대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내년부터 박차를 가한다는데 유예기간 등을 감안하면 실제 규제는 1~2년 후 효력을 발휘할 테니 때늦은 조치일 수 있다. 가향담배에 빠진 흡연자들이 늘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