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비자유주의 국제질서(2018.1.3.)

joon mania 2018. 1. 2. 18:03

[필동정담] 비자유주의 국제질서(20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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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연휴 때 아산정책연구원이 낸 비자유주의 국제질서(illiberal international order)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눈길이 꽂혔다. 2017년에서 2018년으로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이어지는 작금의 상황을 이렇게 명료하게 축약한 의견을 여태껏 보지 못해서다.

근대 국가 출현과 그에 따른 국제질서 구축 후 겪은 갈등과 분쟁은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다. 1차 세계대전은 산업과 기술의 발달에 우쭐해 팽창주의를 지향하던 강대국 간의 힘겨루기였지만 역사상 유례없는 사상자를 냈다.
2차 세계대전은 나치즘, 파시즘, 군국주의 등 국가자본주의로 포장된 세력과의 대결이었어도 소모적 전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공산주의 확장과 자본주의 수호로 맞붙은 동서 냉전은 한쪽의 자멸로 싱겁게 끝났으나 이성의 실종이라는 평가만 역사에 남겼다. 이후 국제사회는 국가 간 관계 재설정에 이성과 상식을 발동시켰다. 그렇게 정착된 것이 이른바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ional order)였다. 인권, 자유, 민주주의와 같은 인류 보편가치를 바탕으로 했다. 열린 시장 경제에 기초했다. 법의 지배를 따랐다. 이를 바탕으로 평화와 안정, 번영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2017년부터 각국 정치지도자 교체로 나타난 일련의 변화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근본에서부터 흔들고 있다. 미국 우선을 내세우며 보호주의 무역과 일방주의적 대외 정책을 추가하는 트럼피즘이 맨 앞에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반이민 정서 확산이 더해졌다. G2 위상 확보를 표면화한 중국의 패권도 합류했다. IS 같은 극단적 테러단체의 무차별 살상행위가 확산됐다. 핵과 미사일을 담보로 전쟁 위험을 높이는 김정은의 도발은 가장 우려된다. 협력과 통합보다는 대결과 분열을 불사한다. 공동 이익보다는 개별 이익을 추구한다. 대화와 협상보다는 압박과 거래를 택한다. 외교보다는 군사력에 대한 의존을 높인다. 비자유주의 국제질서가 걱정스러운 이유들이다.
 


2018년에도 국가 간 줄다리기가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다. 기원만으로 이뤄질 리가 없지만 그래도 주문한다. 국제관계에 상식과 이성이 복원됐으면 좋겠다. 1년 후 2019년 초에는 비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수그러들고 있다는 진단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