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보현산 천체망원경 (2018.3.23.)

joon mania 2018. 3. 23. 09:03

[필동정담] 보현산 천체망원경 (2018.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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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문한 탓이지만 만원권 뒷면에 혼천의 외에 그림이 하나 더 새겨져 있는 걸 몰랐다. 보현산 천체망원경이다. 우리 시대 대한민국 천문학의 상징이다.직경 1.8m 광학망원경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뒷면 바탕에 조선 태조 때 만든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를 깔고 혼천시계의 일부인 혼천의와 보현산 천체망원경을 넣었다. 2006년부터 제조된 새 만원권 지폐에 적용한 도안이다. 경북 영천 보현산은 국내 천체 관측 최적지다. 그래봐야 1년 365일 중 30여 일 정도만 망원경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봄철 미세먼지, 여름철 비, 가을·겨울엔 바람과 눈의 방해 때문이다. 이런 사정이니 연구자들은 칠레, 캐나다 등에 가서 하루 5000만원씩 사용료를 내고 천체망원경을 빌려 우주 관측을 한다. 칠레 안데스산맥에서는 365일 중 330일까지 관측할 수 있다니 부러울 정도다.

한 해 예산 400조원 중 과학기술 분야 몫은 20조원가량인데 이 가운데 천문학엔 0.3%만 배정된다. 선진국은 평균 1%라니 더 좇아가야 한다. 그나마 2009년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한국도 중요한 국제 사업에 참여해 체면을 차렸다. 칠레 안데스에 자이언트마젤란텔레스코프(GMT)라는 이름의 거대 천체망원경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미국 카네기연구소가 주도해 2023년까지 직경 25m의 초대형 망원경을 만드는 일이다. 반사경 7개를 엮는 형태인데 제작비 1조1000억원이 소요된다. 한국과 호주가 협력 파트너로 참여했으니 완공 후엔 첨단 대형 망원경을 우리 몫만큼 떳떳하게 쓸 수 있게 된다.

천문학 세계의 스케일은 정말 크다. 빛의 속도로는 1초 만에 지구에서 달까지 도달하는데 천문학에서 빛의 속도는 느려도 한참 느린 수준이다. 지구가 속한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 데 빛의 속도로는 4년, 현재 인류가 개발한 로켓으로는 10만년이 소요된다. `천문학적`이라는 표현을 어떤 상황에 써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천문학계에서 태양 외에 다른 행성을 처음 발견한 것은 1995년이었다. 그런데 이젠 매년 2000여 개 행성이 추가로 발견되고 있다. 관측 장비와 기술 발전 덕분이다. 보현산 천체망원경은 만원권 지폐에 넣을 만큼 현재 최첨단 설비지만 더 끌어올려야 한다. 새 지폐 도안에 보현산 망원경을 대체할 새 설비가 채택되는 날을 앞당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