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매경포럼]한미연구소만 그럴까(2018.4.26.)

joon mania 2018. 4. 26. 08:52

[매경포럼]한미연구소만 그럴까(2018.4.26.)

민간 겨냥한 공공외교 중요하나
돈 주고 사후관리 제대로 안하면
세금만 아깝게 낭비하는 것이다
긴 그림과 촘촘한 계획 병행해야
USKI 같은 사태 반복하지 않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한미연구소(USKI) 사태를 보면서 씁쓸했다.과거 워싱턴특파원으로 일할 때도 비슷한 일에 분통을 터뜨렸는데 변한게 없었다.아까운 국민 세금만 날렸다.뭔 일에 돈을 썼는지 따져보지 않았다.그렇게 몇 년을 넘어갔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을 내세워 돈만 줬지 챙기지 않았다.이제야 나섰다가 인적청산 논란만 빚었다.구재회 한미연구소장 교체와 USKI 지원 중단 전말을 요약하면 이렇다.수년 전 직접 봤던 정황과 최근 워싱턴에서 다녀간 지인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다.
워싱턴DC에 같이 있는 한미경제연구소(KEI)도 비슷하다.싱크탱크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로비단체로서는 활동이 너무 빈약하다.지난해부터 이어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과정에 KEI가 현지에서 세미나나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몇번이나 마련했는지 묻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한다.우리의 세금이 어떻게 낭비됐는지 가까이에서 잘 봤기 때문이다.미 국무부 외교관 출신의 소장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외부 세미나에서 자신을 채용한 전임 노무현 정부를 공공연히 비판하고 다녔다.진보정부든 보수정부든 가릴 것 없이 실컷 돈 대주고 무시당하는 꼴이었다.
연구소라고 이름 붙은 워싱턴 소재의 두 기관에 우리 정부가 쓴 돈은 최근 10여년만 따져도 한해에 500만 달러씩을 족히 웃돈다.양쪽에 각각 250만달러 가량의 국민 세금이 매년 보내졌다.한국을 들먹이는 친한파 미국 사람들에게 혹은 미국통 운운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급여나 활동비로 고스란히 바쳐졌다.워싱턴에 있는 CSIS, 브루킹스,헤리티지,우드로 윌슨센터 등 미국 싱크탱크들에도 음으로 양으로 지원이 이뤄져왔다.몇몇 곳엔 코리아체어라는 자리를 만들 비용도 댔다.정부가 돈을 내면서 그 점을 내세우면 안된다며 한발 뒤로 물러서 있었다.전경련,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나 우리 기업들도 주요 싱크탱크에 기부를 해왔다.모아 놓으면 거액이지만 보험료 내듯 쪼개서 주다보니 눈에 별로 뜨이지 않았다.받는 쪽은 그다지 고마워하지도 않고 돈 내면서 생색도 못냈다.
차제에 우리 예산이나 기업 돈을 건네는 공공외교를 모두 손봤으면 한다.KIEP가 돈 댄다고 워싱턴에서의 돌아가는 사정도 모르는 이들이 나서봐야 안먹힌다.KIEP를 산하에 거느린 경제사회이사회 이사장이 서울에서 한미연구소 활동을 어찌 알겠나.돈낸 부처 따지지 말고 차라리 현지 주미대사관에 감독 권한을 넘겨라.
KEI와 USKI 같은 단체를 하나로 합치는게 낫다.가칭 코리아 센터 같은 이름으로 큰 울타리를 친뒤 경제,에너지,문화 등 한국 관련 업무나 연구를 하는 개별 기관을 우산 아래에 끌어들여 지원하자.전직 주한미국대사나 친한파 전직 상하원 의원 같은 빅샷을 얼굴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로비 창구로 활용하고 싶으면 그쪽 규정에 맞춰 로비스트로 등록토록하면 된다.활동 내역과 돈 씀씀이를 공개하면 된다.미국에서 로비는 떳떳한 권리다.외국인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공공외교를 위해 예산을 쓰는 정부 조직의 중복 업무도 정리해야한다.국제교류재단,국제협력단,재외동포재단에서 지출되는 중구난방 지원금도 가지런해져야한다.괴테의 향기를 느끼도록 세계 각국의 중고교 교사들을 독일로 초청하는 괴테인스티튜트처럼 한국하면 딱 떠오르는 인상을 심을 프로그램을 짜라.중국도 공자학원이라는 단일 이름의 교육기관을 세계 각국에 세워 가동한지 오래다.
미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학장 에드먼드 걸리온 박사가 공공외교라는 용어를 꺼낸건 1965년이었다.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 조셉 나이 박사가 소프트파워 개념을 제시한 것도 2004년이었다.우리 외교부가 내세우는 공공외교 원년은 2010년이다.늦었어도 제대로 하면 된다.한국을 알리고,한국에 우호적인 민간 분야 저변을 국외에 넓히는 공공외교는 중요하다.그렇다고 무작정 돈만 쏟아붓는 방식으로는 안된다.사후 관리가 더 필요하다.긴 그림과 촘촘한 계획이 병행돼야한다.그래야 USKI 같은 사태를 되풀이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