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울프 트랩 야외공연장(2018.7.13.)
joon mania
2018. 7. 13. 08:46
[필동정담] 울프 트랩 야외공연장(2018.7.13.)

지난달 23일 독일 베를린 올림픽공원 내 발트뷔네 공연장에서 열린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고별 지휘를 전하는 기사는 울프 트랩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발트뷔네는 매년 여름 열리는 야외공연의 백미인데 래틀은 이곳을 자신의 마지막 무대로 정했다. 고별 공연이라 더 관대했다지만 맥주를 파는 이가 관객 사이를 돌아다니고 사진도 마음대로 찍도록 했다. 막판엔 지휘자 래틀이 맥주잔을 들고 무대 위로 올라가 단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유로움의 극치를 보여줬다.
주말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함께 보기 위해 만난 선배 일행은 살짝 불콰한 얼굴로 객석에 들어왔다. 광장 옆 분수대에서 준비해온 와인 한 잔씩을 마셨다고 한다. 여름밤 공연이니 긴장을 풀고 싶었는데 구내 음식점이나 매점에서는 와인이나 맥주 한잔 팔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사실 예술의전당 옆 국립국악당에도 야외공연장이 있다. 서울 남산이나 북촌에 있는 작은 규모의 야외공연장도 대중들에게 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피크닉박스 들고 가서 발 뻗고 즐기도록 허용하지는 않는다. 우리도 여름밤 축제로 손꼽힐 야외공연장 하나쯤 키워보면 어떨까. 한국판 울프 트랩에서 와인 한잔 마시며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상상만 해도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