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공공외교 이렇게 해야(2018.8.16.)
[매경포럼]공공외교 이렇게 해야(2018.8.16.)
상대의 마음을 사로 잡는게
공공외교의 궁극적인 목표다
美고교생들에 한국을 알리는
수업교재 채택시킨 어느 교수가
가야 할 방향 제대로 보여줬다
미국 고등학교 과정에는 AP코스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고교에서 미리 취득하는 학점을 나중에 대학에서 인정해주는 것이다.문학,세계사,사회과학 등 각 과목마다 일반(regular)코스와 AP(Advanced Placement)코스를 나눠 놓고 능력에 따라 택할수 있게 한다.1,2학년 때 일정 수준 이상의 평균학점을 취득하거나 학교마다 정한 자격(honor)을 인정받은 경우 AP과목에 도전할 수 있다.AP과목을 이수하면 대학에 들어가 그대로 학점으로 인정받는 만큼 학위취득 기간을 줄이거나 다른 전공을 복수로 공부할 수 있다.십여년 전 특파원으로 일할 때 아이를 미국 고등학교에 보낸 덕분에 알게된 내용이다.
일반 과목의 교재와 강의 내용은 학교나 교사의 재량으로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하지만 대학에서 인정하는 AP과목은 공인기관인 컬리지 보드에서 철저하게 관리한다.대입 자격시험인 SAT도 여기서 출제하고 시행한다.AP과목의 교재나 강의내용은 컬리지 보드의 심의를 통과해야 교사들에게 건네진다.그만큼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2017년 6월 컬리지 보드가 미국 고교 세계사 AP코스의 교재와 강의 주제로 한국 관련 2개 아이템을 선정했다.한국전쟁 이후 한국 경제의 성장 과정과 정부의 역할,한국의 정보통신(IT) 기술이 정치 및 선거에 미친 영향 등 두가지였다.얼핏 단편적인 주제로 비쳐지나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압축성장 과정과 세계적으로 빠른 발전을 이룬 한국의 IT기술 발전을 소개하는 것이니 미국 고교생에게 대한민국을 설명할 최적의 주제들이다.
컬리지 보드의 세계사 교재에 한국 주제가 선정되도록 한 기여자는 미국 시라큐스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종우 교수다.그는 역사 과목 커리큘럼을 제정하는 미국사회과학교원협의회(NCSS)와 2015년부터 작업을 해 컬리지 보드의 심의를 뚫어냈다.한 교수는 이를 위해 세계역사디지털교육재단을 만들어 수준 높은 한국 관련 교재를 제작했다.
한교수가 1년 전 겨우 미국 고교 세계사 AP과목에 2개의 한국 주제를 밀어넣은 반면 중국과 일본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각각 20여개씩을 채택받았다.미국 고교생들에게 중국과 일본을 알리고 이해시키는 지름길을 이미 꿰뚫고 있었고 실천한것이다.지리학 AP코스에서 쓰이는 교재에는 독도 영유권과 동해 표기 대목이 일본의 입맛과 의도대로 씌여져 전달되고 있다.문학 AP코스에는 일본과 중국의 고전시에 관한 교재가 진작부터 포함돼있다.
세계사 AP 과목을 개척했지만 앞으로 미국 고교 모든 과목의 AP코스에 한국 관련 교재를 추가하는 작업이 절실하다.이민으로 이뤄진 사회인 미국에 한국과 한국인을 알리고 이해시키는 훌륭한 방법이기 때문이다.대사관을 설치하고 훈련된 외교관을 보내 공식적으로 벌이는 의례적인 외교활동과 별개로 이뤄져야 할 일이다.미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학장이었던 에드먼드 걸리온 박사가 1965년 이론으로서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라는 용어를 꺼내며 제기한 개념은 이런거다.상대 나라 국민으로 하여금 우리를 인식하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하라는 것이다.정부를 대표한 외교관들 보다는 민간 차원에서 티내지 않게 진행하는 것이 한층 세련된 방식이다.
외교부의 홈페이지에서는 "공공외교를 문화,예술,스포츠,가치관과 같은 무형의 자산이 지닌 매력을 통해 상대국 대중의 마음을 사로 잡는 소프트 파워를 추구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2010년을 공공외교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2011년 공공외교 대사를 임명해 본격적으로 뛰고 있다고 내세운다.2017년 한해에 쓴 공공외교 예산만 160억원에 달했다.
이런 식으로 아무리 자랑해봐야 실제로 얼마나 성과를 올렸느냐가 중요하다.미국 고교 세계사 AP과목에 한국 주제를 추가한 것처럼 손에 잡히는 결과가 훨씬 값지다.한 교수의 작업에 이제는 국제교류재단 국제협력팀이 지원에 나서 함께 뛰고 있다고 한다.대한민국 공공외교가 가야 할 방향을 이들이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