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도량형의 원조(2018.9.5.)

joon mania 2018. 9. 5. 09:02

[필동정담] 도량형의 원조(201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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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사물의 크기나 길이, 무게, 부피를 어떤 단위로 측정할 것이냐는 중요한 과제였다. 사적인 거래에서부터 국가 통치를 위한 군사, 조세에 이르기까지 도량형 작업은 필수 요소였다.

기초적인 측량 단위는 인간의 신체를 기준으로 탄생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남자로 유명한 작품 `비트루비우스 인간`에 있는 단위를 보자. 1인치는 엄지손가락 길이다.
1피트는 발의 길이다. 1야드는 심장 옆 상체 중심에서 뻗은 팔의 손끝까지로 세 발, 즉 3피트에 해당한다. 팔꿈치에서 손끝까지는 1큐빗으로 1야드의 절반이다. 프랑스는 도량형 마련과 전파에 가장 앞섰던 나라였다. 대혁명 직후였던 1791년 도량형위원회가 구성됐다. 여기서 지금까지 쓰이는 미터법을 1795년 제정했다. 지구 자오선의 4000만분의 1을 1미터(m)로 삼았다. 물 1000세제곱미터(㎥)가 섭씨 4도일 때 무게를 1킬로그램(㎏)으로 잡았다. 부피를 재는 리터(ℓ), 질량에 쓰는 그램(g), 길이의 단위 미터(m), 넓이에 쓰는 아르(a) 등으로 구성된 새 도량형은 1800년부터 사용됐다. 나폴레옹 시기 프랑스의 도량형은 유럽 전역에 확산됐다. 나폴레옹 실각 후 한때 외면당했지만 프랑스 도량형을 대체할 대안은 나오지 못했다. 1875년 파리에 국제도량형국(BIPM)이 설립됐다. 측량법과 도량형을 세계적으로 통일하는 기관이다. 여기서 길이나 부피 외에 시간, 전류, 온도, 광도, 방사능 등 다양한 기준이 속속 마련됐다.

200여 년 전 처음 채택될 때 지구 자오선의 4000만분의 1이었던 1m의 현대적 기준은 달라졌다. 1983년 정해진 새 기준으로 1m는 빛이 진공에서 2억9979만2458분의 1초 동안 진행된 거리다. 경제학자 송병건 씨가 쓴 `세계화의 풍경들`이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우리의 도량형 중 규정과 현실이 따로 노는 대표적인 게 아파트 크기에 쓰이는 제곱미터(㎡)와 평이다. 정부는 ㎡를 권유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평을 쓴다. 대중들도 아직 평에 익숙하다. 최근 서울 특정 지역 아파트 한 평 시세가 1억원을 넘어섰다는 뉴스를 듣고 도량형 관련 책을 뒤지다 얻은 잡지식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