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기업 내부의 敵' 척결에도 신경써야 한다 (2015.1.9.)

joon mania 2018. 12. 3. 15:46

[사설] '기업 내부의 敵' 척결에도 신경써야 한다 (2015.1.9.)


     

매일경제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어제 보도한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 10가지는 안팎으로부터 많은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기업체 임원, 대학교수, 국책 및 민간 연구소 등 기업 활동의 속사정을 꿰고 있는 236명의 전문가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기업의 적 1위는 강성 노조로 지목됐다.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노조의 이기주의적 행태와 매번 되풀이되는 파업 관행에 대한 질타이다. 2위는 정부나 지자체의 과도한 규제, 4위는 반시장적 법률을 양산하고 관련법 처리를 늦춰 되레 제동을 거는 국회가 꼽혔다. 이 밖에 사회 전반의 반기업 정서, 사사건건 뒷다리를 잡는 시민단체 등 기업 활동을 옥죄는 외부 변수들이 줄줄이 기업의 적(敵)으로 적시됐다.
이번 조사에서 오너 리스크는 3위의 걸림돌로 꼽혔다. 대학교수들은 무소불위의 오너 행태가 대한민국 기업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확인됐듯이 이제는 외부의 적뿐만 아니라 기업에 내재된 내부의 적에 더 주목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 기업분석 업체에 따르면 30대 그룹 총수의 직계 3·4세 자녀 44명을 조사해 보니 승계 기업에 입사한 후 임원 승진 기간은 3.5년에 불과했다. 평균 28세에 입사해 32세도 안돼 임원으로 올라서 대졸 신입사원의 대리 승진 기간보다도 빨랐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3·4세들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힌 채 경영에 참여시켰다가 회사를 망가뜨린 경우도 있다.
기업 내부의 적으로 지적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원도급 업체의 임직원이 하도급 업체 등에 대한 갑(甲)질 행위로 기업 간 신뢰를 저하시키고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백화점 입점 과정 등에서 나타난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로 지적됐다. 한국 기업들이 지금 처한 상황은 일본의 기술과 중국의 가격 공세 사이에 끼어 협공당하는 제조업 위기론이다. 이런 때에 기업 내부 문제 때문에 사회 전반에 막연한 반기업 정서가 퍼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