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日 워싱턴 국화클럽 양성, 한국도 총력 외교 펴야(2015.3.4.)

joon mania 2018. 12. 3. 16:11

[사설] 日 워싱턴 국화클럽 양성, 한국도 총력 외교 펴야(2015.3.4.)


      

웬디 셔먼 미국 국무차관의 '과거사 갈등은 한·중·일 3국 모두의 책임'이라는 발언 파문에 미 국무부가 "미국의 정책 변화를 반영하지 않으며, 어떤 개인이나 국가를 겨냥한 게 아니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여진이 쉽게 가라앉기는 힘들 듯하다. 셔먼 차관의 발언은 그의 경력이나 현재 지위를 감안할때 돌출성 개인 의견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온 구조적인 산물이라는 점에서다.
일본은 과거사나 독도 표기 등 영토 문제가 불거지기 훨씬 전부터 미국 워싱턴의 행정부와 의회 및 학계, 싱크탱크를 상대로 체계적인 로비에 공을 들여왔다. 작고한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과의 사냥친구 관계 때문에 당시 주미 일본대사가 7년이나 재임한 건 외교가에서 유명한 일화다. 사사카와재단 같은 민간단체나 국제교류기금 등은 물론이고 외무성도 나선다. 외무성은 올해 대외홍보 예산을 전년 대비 3배인 520억엔(4774억원)으로 늘렸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양성한 국화클럽(친일그룹) 멤버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한·일 관계 인식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면 더욱 긴장할 일이다. 지난해 4월 방한 때 오바마 대통령은 "위안부에게 벌어졌던 일은 끔찍하고 극악무도한 인권침해"라며 일본의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을 끌어들여 조기에 타결하려는 전략적 목표 때문에 일본을 달래려 한다. 다음달 말 아베 신조 총리의 방미를 앞두고는 일본에 치우친 카드를 서슴없이 쓰려 한다.
우리 외교부는 미국의 이런 기류 변화가 별것 아니라고 평가한다. 셔먼의 발언 후 처음엔 미국 정책이 바뀐 게 아니라고 강변하다 뒤늦게 엄중 대응으로 단계를 올렸다. 겉으론 손을 내젓지만 '미국의 속셈은 셔먼'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한·미 간에 문제가 생기면 공고한 동맹 관계만 외쳐왔는데 정작 현안에서는 뒤통수를 맞고 있다면 대미 외교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미국이 동북아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과거사 갈등을 덮은 채 미래를 향한 원만한 관계만을 요구한다면 우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