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한·중·일 외교장관 합의가 결실 맺게 하려면 (2015.3.23.)

joon mania 2018. 12. 4. 14:13

[사설] 한·중·일 외교장관 합의가 결실 맺게 하려면 (2015.3.23.)


     

지난 주말 한·중·일 외교장관들이 모여 3국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하는 등 역사와 영토 문제로 파행을 빚어온 3국 관계에 해빙의 단초를 만든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2008~2012년 정례화됐던 3국 외교장관회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중단됐다. 이후 중·일 간에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 한·일 간에는 과거사 갈등이 더 격화돼 장막이 쳐져 버렸다. 이번에는 3년 만에 재개했을 뿐 아니라 공동발표문까지 냈으니 외형상 여러 진전을 이뤄낸 모양새다. 그러나 공동회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3국의 역사 문제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남아 있으며 이를 미래형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일 간에는 위안부 문제에 일본이 여전히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아 아직 요원하다.
정치·외교적으로 교착상태지만 다른 분야에서 3국 간 협력과 교류 사업은 엄청나다. 당장 20여 개 장관급 협의체를 비롯해 50여 개 정부 간 협의체와 각종 협력사업이 있다. 사이버 정책이나 대기오염 방지 등 환경 협력,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정 등 우선순위를 따지기 힘든 사안이 쌓여 있다.
문제는 과거 가해자였던 일본이 3국 관계 복원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차원에서 다음달로 추진 중인 아베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그리고 8월로 예정된 2차대전 종전 70주년 아베 담화에 한·중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의 기회에 일본이 진정성을 담은 과거사 반성과 사과를 한다면 한·중·일 간의 미래를 향한 관계는 새로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종전 후 나치의 만행을 무릎 꿇고 사과한 독일이 오히려 국제사회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고 일본에 일침을 가했다. 일본은 이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또 과거사를 덮은 채 넘어가는 한 3국 간 갈등은 더 고조될 수밖에 없으며 국제사회의 시선은 더 싸늘해질 것이다. 3국 외교장관회의의 합의가 결실을 맺게 하려면 일본이 먼저 매듭을 풀고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