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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신뢰 높일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판결(2015.7.25.)

joon mania 2018. 12. 5. 11:22

[사설] 사법신뢰 높일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판결(2015.7.25.)


      

대법원이 지난 23일 내린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사와 의뢰인 간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전원합의체 판결은 향후 법조계 전반을 뒤흔들 메가톤급 후폭풍을 가져올 것 같다.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일반화한 수임 관행이다. 그런데 대법원이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한다'는 조항을 원용해 제동을 건 것이다.
대법원은 형사사건 성공보수는 수사와 재판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본적인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형사사건은 국가형벌권을 실현하는 절차로서 형사절차나 법조 직역 전반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변호사 보수를 단순히 사적 자치 원칙에 입각한 대가 수수 관계로 맡겨둘 수만은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는데 일리가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형사사건 성공보수가 공익에 반한다고 보고 일찍이 금지해왔다.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에게 활용되는 전관예우의 핵심이었다. 경찰 또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무혐의 처분이나 불구속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기소 후 재판 과정에서는 선고유예, 집행유예 아니면 형 감경을 조건으로 체결하는 방식이었다. 의뢰인의 다급한 사정에 따라 보수 규모가 커지고, 유력 인사들은 수십억 원씩을 약정하는 사례도 많았다는 소문이 변호사 업계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의뢰인들은 당장 곤경을 면하려고 성공보수를 약속했는데 원하는 대로 안 되면 변호사 제도의 정당성이 위협받을 것이고, 형사재판에 승복하지 않아 사법 신뢰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판결이 전관예우나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의혹을 불식시키고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한다.
변호사 업계는 현실을 무시한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온당하지 않다. 행여 선임 단계에서부터 착수금을 높이는 관행을 만들 수도 있는데 변호사 선임 문턱을 높이면 그 타격은 부메랑처럼 스스로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