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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부터 확정해 생존자에 희망 주길(2015.8.28.)

joon mania 2018. 12. 5. 15:56

[사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부터 확정해 생존자에 희망 주길(2015.8.28.)


      

청와대가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 방안과 일정을 협의했다. 대한적십자사는 9월 초 열릴 실무 접촉에 앞서 이산가족 등록자를 대상으로 생사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통일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12만9698명 중 올 7월 말 현재 생존자는 6만6292명이다. 이 가운데 80세 이상 고령자가 3만5997명으로 54%다. 지난해 2월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 이후에만 4807명이 한을 품은 채 세상을 떴을 정도니 지체하지 말고 촌음을 다퉈야 한다.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후 19차례 대면과 7차례 영상을 통해 3934가족, 1만8799명이 헤어진 가족을 만났다. 한 해 평균 3000여 명이 상봉을 한 셈인데 이런 규모라면 아직 신청하고 기다리는 이들이 모두 만나는 데 30년 넘게 걸릴 판이니 애만 타게 만들 뿐이다. 헤어진 뒤 혈육 생사마저 모르거나, 생사를 확인했어도 만나지 못한 채 60여 년 세월을 보낸 이들에게 가족 상봉은 인도주의 관점에서 결코 미룰 수 없는 일인 만큼 박차를 가해야 한다.
남북은 큰 틀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해 놓고 실무 차원에서 조율에 난항을 겪었던 전례도 있었다. 2002년 이후에는 금강산에서 상봉 행사를 했는데 그동안 방치했던 만큼 복구에 시간이 걸린다면 이것 때문에 미루지 말고 당장 쓸 수 있는 장소라면 판문점을 포함해 어디든 활용하기 바란다. 2000년 이후 매년 한 차례꼴로 열리던 상봉은 남북 관계 경색으로 2010년 제18차 이후 끊어졌다가 박근혜정부 들어 지난해 한 번 열린 뒤 중단된 상태였다. 상봉 인원이 확정되면 컴퓨터 추첨으로 5배수를 뽑은 뒤 건강 상태 확인을 거쳐 2배수로 좁혀 북측과 생사 확인 의뢰서를 교환해 최종 선정한다. 신청자가 많다 보니 이렇게 어렵게 기회를 얻는데, 다음번에 대한 기약이 없으면 하염없이 기다리다 세상을 뜨기도 한다.
이번 고위급 접촉 합의문에 '앞으로 (상봉을) 계속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으니 양측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부터 먼저 확약하기 바란다. 그것이 여태껏 버텨온 이산가족들에게 죽기 전에 헤어진 혈육을 만날 기회가 올 거라는 희망이라도 갖게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