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한국형 블프' 정착하려면 시장 신뢰부터 얻어라(2016.3.23.)
joon mania
2018. 12. 7. 11:24
[사설] '한국형 블프' 정착하려면 시장 신뢰부터 얻어라(2016.3.23.)
정부 주도로 지난해 처음 열린 대규모 할인 이벤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민간 주도 쇼핑행사 케이세일데이가 올해부터는 하나로 합쳐진다고 한다. 개최 시점을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한국을 찾도록 그들 국경절 연휴 기간인 10월 초로 하고 통합 행사 이름도 새로 짓는다니 소위 꽃단장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추진 계획을 미리 세우고 널리 알려 관련 업체에 충분한 준비기간을 줌으로써 참여 폭을 대폭 확대하겠다는데, 내실도 있고 명성도 얻도록 만들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 광군제 못지않은 쇼핑 축제로 재탄생했으면 한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지난해 10월 초 2주일간 백화점, 온라인쇼핑 등 92개 업체와 200개 전통시장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케이세일데이는 민간 주도로 103개 업체와 500개 전통시장, 371개 중소 제조업체가 참여해 11월 20일부터 12월 15일까지 26일간 진행됐다. 하지만 급조된 관제 행사였을 뿐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쇼핑객 눈길을 끌 만한 할인 제품도 부족했고 뒷말만 무성했다. 할인율 최대 70%라는 광고가 내걸렸지만 실은 맹탕이었다. 두 행사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은 두 곳 가운데 하나꼴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측에서 판매수수료 조정이나 감면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불평만 가득했다. 원조인 미국에서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연말정산 전에 재고 떨이를 위한 파격 세일에서 시작됐다.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니 땡처리식으로 90% 넘는 할인율도 가능했다. 업체들이 평소에 할인을 남발하거나 미리 가격을 올려놓았다가 깎아주는 식으로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기 어렵다. 실제 파격적 할인도 해주고 다양한 상품을 살 수 있도록 해 10월을 기다리게 하는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다면 한류 콘텐츠를 접목한 문화 행사를 함께 마련해 단순한 쇼핑 행사를 넘어 한국을 알리고 물건도 싸게 살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보기 바란다. 인위적으로 소비를 살리겠다거나 내수를 진작한다는 정책적 목표에 매달리다 보면 다시 관제 행사로 돌아갈 수 있다. 정부는 판만 만들어주고 가능한 한 시장과 업체들에 맡겨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도록 하는 게 맞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