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4조 붓고 법정관리 STX조선 실패 되풀이 말아야 (2016.5.27.)

joon mania 2018. 12. 10. 14:16

[사설] 4조 붓고 법정관리 STX조선 실패 되풀이 말아야 (2016.5.27.)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은행 공동관리를 받던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로 넘어간다는 소식은 놀랍기도 하지만 씁쓸하다. 진작 단안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끌다 사태를 악화시키고 손을 든 채권단의 무능이 답답하다.
은행들의 STX조선 익스포저는 5조7000억원 정도로 이 중 자율협약 이후 지원된 대출과 지급보증은 4조원가량이다. 이 가운데 절반만 충당금을 쌓았는데 법정관리로 가면 나머지 2조원도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니 건전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판이다.
채권단이 STX조선과 자율협약 체결 후 공동관리에 들어간 것은 2013년 4월이었다. 이후 3년2개월간 4조원의 신규 자금을 쏟아부었는데 이제 와서 법정관리행을 결정했다는 건 그동안의 지원과 회생 방안이 잘못됐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조선업황에 대한 진단을 정확하게 하지도 않은 채 막연하게 회생을 기대하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돌리기를 몇 년간 해온 셈이다. 무작정 규모만 키우다 부실 덩어리를 만든 뒤 자빠진 전임 경영진의 책임이야 말할 것 없고,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로서 STX조선을 떠안았다가 경영정상화에 실패한 산업은행의 책임 역시 아무리 질타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STX조선 자율협약 신청 시점부터 3년여 재임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결단력이나 리더십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방조하고 좌시한 책임 있는 당사자다. 당시 금융당국 수장들의 정책 실기와 감독 소홀도 사태를 키운 역할을 했다.
이제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 빅3 구조조정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에서 STX조선을 통해 겪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국책은행의 몸에 밴 안이한 자세는 가장 먼저 깨야 할 과제다. 부실을 초래한 옛 대주주나 최고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끝까지 엄한 법적 책임과 징벌을 가해야 한다. 큰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 논리가 더 이상 안 통한다는 메시지도 한 번 더 확인했다. STX조선 회생 실패로 인한 후폭풍이 예상되지만 앞으로 한층 강도 높게 진행해야 할 기업 구조조정에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교훈이라도 줬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