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고준위방폐장 건설, 다음 세대로 넘길 일 아니다(2016.5.27.)

joon mania 2018. 12. 10. 14:23

[사설] 고준위방폐장 건설, 다음 세대로 넘길 일 아니다(2016.5.27.)


정부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2028년까지 선정하겠다고 어제 발표했는데 아쉬움이 많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기본계획안으로 공청회를 거쳐 7월쯤 총리 주재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확정하는데 여하튼 폐기물 처분장 건설이 추진된 지 33년 만에 나온 결과물이다. 이마저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2013년 10월 출범해 20개월간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해 제출받은 권고안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용지를 선정해도 영구처분시설은 2053년부터 가동된다는데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을 잘 무마해 차질없이 진행된다는 전제에서이니 갈 길이 한참 멀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은 1983년부터 9차례 추진됐지만 용지 선정에서부터 주민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는 개별 원전 내 물탱크에 임시로 저장 중인데 2019년 월성 1호기부터 포화 상태를 맞는다. 원전 가동 후 37년간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가 이미 1만4000여t에 이른다. 정부는 개별 원전에 추가로 건식 저장시설을 지어 버틴다는 계획인데 중장기 계획대로 폐기물 처분장을 마련하지 못하면 원전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될 판이다. 원전을 운영하는 31개국 중 저장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대만, 브라질, 파키스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24기를 운영하는 세계 6위 원전 국가로서는 안전장치 확보 측면에서 한참 부족한 게 우리의 처지다.
정부가 방폐장 용지 선정에 공모 방식과 함께 12년의 준비 기간을 잡은 건 안전성을 확보할 심층조사 때문이라지만 대상 지역 주민 반발을 우려해 차차기 정권으로 미룬 것으로도 보여 유감스럽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지난해 제시한 권고안에서 4년 내 용지 선정을 마치도록 의견을 냈는데 이번 결정은 이보다 3배나 긴 12년으로 늘려 잡았기 때문이다.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을 아예 제외하지 않는 한 원전 운영과 폐기물 영구처분 준비는 병행할 수밖에 없다. 핀란드는 1970년대부터 폐기물 처분 준비에 나섰다. 소관부처의 실무자부터 장관까지 욕먹을 문제를 뒤로 미루려는 얄팍한 생각이라면 지탄받을 처신이다. 우리 세대가 벌인 일을 다음 세대로 떠넘기는 비겁한 행태는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