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메르스 대비하랬더니 내시경 구입에 쓴 추경 예산(2016.7.14.)

joon mania 2018. 12. 10. 14:55

[사설] 메르스 대비하랬더니 내시경 구입에 쓴 추경 예산(2016.7.14.)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후 급하게 마련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지원받은 병원들이 감염병 대비와 무관한 엉뚱한 곳에 돈을 썼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메르스 연관사업을 제쳐놓고 평소 구비해야 하는 제세동기를 사거나 내시경 장비 등을 마련하는 데 탕진했다는 것이다. 메르스 대비용으로 총 500억원가량이 투입됐는데 이렇게 부적절하게 혈세를 써버린 것은 물론 아직까지 정산보고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병원이 있다니 더 심각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15회계연도 결산자료를 보면 추경을 통해 수십억 원에서 수천억 원까지 추가로 예산을 투입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사업이 수두룩했다. 추가로 늘린 추경예산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기존의 본예산조차 다 쓰지 않았는데 추경으로 돈을 더 지원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지원사업에는 본예산 2746억원에다 추경으로 628억원을 증액해 3374억원까지 불어났으나 실제 집행된 예산은 본예산보다 적은 2562억원에 그쳤다. 본예산도 전부 집행하기 버거웠는데 추경을 한다며 억지로 끼워 넣어 불용액만 늘린 주먹구구식 편성의 민낯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해 메르스와 가뭄 등으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겠다며 국민 혈세로 11조원 넘게 추경을 편성했지만 편성과 집행 과정 곳곳에 숭숭 뚫려 있는 구멍을 보니 걱정스럽다. 올해에도 구조조정과 일자리 창출 등의 명목으로 10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데 다시 졸속 편성으로 세금 낭비를 반복할까봐서다. 이번에는 추경 결정 시점이 늦은 만큼 이달 내 추경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민간 부문에서의 역할이 제한적일 때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과 추경 같은 적극적인 재정 운용이 경기 활성화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부분에 추경을 편성해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