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서둘러야 할 부적격자의 운전면허 통제와 관리(2016.8.2.)

joon mania 2018. 12. 10. 15:14

[사설] 서둘러야 할 부적격자의 운전면허 통제와 관리(2016.8.2.)


      

지난달 31일 부산 해운대 도심 교차로에서 광란의 질주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승용차 운전자 김 모씨가 뇌질환에다 심장 협심증 환자로 순간 발작을 일으켰을 수 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그는 정기적으로 약을 먹지 않으면 가끔씩 정신을 잃는 경우가 있다는데도 통제되지 않은 채 버젓이 운전을 하다가 참사를 냈다. 운전자는 사고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정신을 차려 보니 병원이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한다. 더욱이 2013년 이후 낸 교통사고 중에 운전 중 보행로를 타고 올라가는 비정상적인 사고마저 있었다니 어떻게 계속 운전면허를 유지했는지 의문이다. 우리 사회에 이렇게 큰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도 방치됐음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못해 분통까지 터질 지경이다.
이번 사고는 뇌질환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의 운전면허 취득과 관리가 사실상 무방비 상태가 아닌지 우려하게 만든다. 차량을 보행로로 몰고 올라가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고를 낸 김씨의 전력을 볼 때 뇌전증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경찰 측 견해다. 뇌전증은 경련을 일으키고 의식장애를 일으키는 발작 증상으로 운전면허시험 응시 결격 사유다. 김씨는 1993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뒤 그동안 두 차례 적성검사를 받고 면허를 갱신했으나 뇌질환 검증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한다. 현행 규정에 정신질환이나 뇌전증 환자는 운전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당사자가 병력을 밝히지 않으면 넘어갈 수밖에 없다. 10년마다 실시하는 적성검사도 시력이나 청력 등 간단한 검사만 할 뿐이라 뇌질환 등을 걸러내지 못하니 유명무실하다.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정신질환이나 뇌질환 환자의 운전을 엄격하게 통제 관리하려면 운전면허 취득과 갱신 단계에서 심사를 철저하게 하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독일에서는 개인 병력을 운전면허 발급기관과 병원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결격 사유에 해당하면 정밀 감정해 부적격자를 가려내고 있다니 참고할 만하다. 인지나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자들도 운전면허 갱신 기간을 10년에서 5년 단위로 줄였지만 더 단축하고, 연령대 차별 없이 실시하는 적성검사를 나이별 맞춤형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