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무차별적 기업 압수수색 검찰수사 지나치다(2016.11.26.)

joon mania 2018. 12. 11. 17:19

[사설] 무차별적 기업 압수수색 검찰수사 지나치다(2016.11.26.)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위해 진행되는 조사 대상자 압수수색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그제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등 10여 곳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세종시에 있는 기획재정부 1차관실과 정책조정국장실, 대전 소재 관세청 수출입물류과도 포함됐다. 면세점 인허가와 관련된 곳들이다. 검찰은 전날 삼성그룹도 압수수색을 했다. 삼성그룹의 심장부인 서초동 사옥 내 미래전략실은 이달에만 세 차례 털렸고, 롯데그룹도 15개 계열사에 걸쳐 세 번째 압수수색을 당했다니 일상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언제 검찰이 들이닥칠지 노심초사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이미 총수 소환 조사 등으로 의혹을 대부분 확인해놓고도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에 나서는 것이라면 과하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지목하면서 수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순실 기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을 공동정범으로 적시한 데 이어 이제는 제3자 뇌물수수 적용을 위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 롯데와 SK에 대한 면세점 관련 압수수색은 롯데에서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지원한 70억원과 SK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재단으로부터 80억원 지원 요청을 받았다가 무산됐던 거래를 통해 뇌물죄를 끌어낼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롯데와 SK 압수수색 영장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시했다. 최순실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을 이 혐의로 추가 입건하면서 두 기업을 엮은 것이다. 삼성그룹 압수수색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 흔적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검찰이 지금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을 말릴 수는 없지만 최순실 수사 초기 단계 때 보였던 미온적인 태도와 비교하면 씁쓸하다. 이번 사태에 검찰의 첫 압수수색은 언론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보도한 지 93일 만이었다.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제출하고도 28일을 넘긴 후였다. 이랬던 검찰이 과도한 칼춤을 추듯 돌변했으니 여론을 의식한 조변석개라는 질타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기업들은 다음달 초 진행되는 국정조사 청문회에도 불려가야 한다. 검찰 수사에 이어 조만간 출범할 특별검사로부터도 치도곤을 당할 것이다. 돈을 건넨 기업들에 대한 조사는 어디까지나 주범에 대한 단죄를 위한 보강 작업의 일환이어야 한다. 당장의 협박이나 사후 후환을 두려워해 돈을 낼 수밖에 없었던 기업들을 박 대통령과 최순실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이들과 함께 엮어버린다면 법리적 모순에 부닥칠 뿐 아니라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