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소화불량 우려되는 국정운영 100대과제 조바심부터 버려라(2017.7.20.)

joon mania 2018. 12. 17. 15:30

[사설] 소화불량 우려되는 국정운영 100대과제 조바심부터 버려라(2017.7.20.)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어제 국민에게 발표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은 문재인정부 집권 기간 국가경영 전략을 담은 설계도나 마찬가지다. 국가 비전으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내세우면서 단계별 할 일을 나눴는데, 2018년까지 개헌과 경제민주화 등 혁신에 주력하고 2019~2020년에는 4차 산업혁명과 조세재정개혁 등을 통한 도약을 거쳐 임기 말까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체제를 구축하는 그림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걸친 20대 전략과 100대 과제는 권력기관 개혁부터 생활 밀착형 대책까지 주요 정책의 로드맵을 담고 있다.
대선 때 제시한 공약과 별개로 새 정부가 5년간 펼쳐갈 주요 과제를 발표한 것이니 국민에게 가슴 벅찬 기대감을 줘야 할 테지만 정작 다른 기류도 감지된다. 100가지 과제를 모은 만큼 장황한 나열을 피할 수는 없었겠으나 대체 어느 정책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해 추진하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분야마다 손가락에 꼽을 몇 개를 정해 집중적으로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주목도를 더 높였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과 집권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거나 평소 강조했던 정책이라고 전부 긁어모아 국정 운영 과제로 포장했다면 무조건 많이 먹으려다 소화시키지도 못하고 배탈만 나는 식탐과 다를 바 없는 우를 범하는 꼴이다. 국정 운영 100대 과제가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하려면 조바심부터 먼저 버려야 한다.
100대 과제 추진을 위해서는 5년간 178조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계산한 뒤 82조6000억원은 세입 확충으로, 95조4000억원은 세출 절감으로 충당하겠다고 한다. 얼핏 보면 재원 마련 대책을 함께 내놓은 듯하지만 세부 항목에서는 아직 정교함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추가 지출 항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복지에서는 속성상 한번 물꼬를 트면 되돌리기 어려운 퍼주기식 지원의 특수성을 얼마나 꼼꼼히 반영했는지 의문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대내외 환경 급변으로 생길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비한 추가 비용도 감안했어야 한다. 정책마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역대 정권에서 집권 초 거창하게 내놓았지만 탁상공론식 청사진에 그친 국정운영계획의 판박이를 반복할 수 있다는 걸 새 정부 정책 담당자들은 깊이 숙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