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文대통령-기업인 '호프간담회' 공허하게 끝내지 않으려면(2017.7.28.)

joon mania 2018. 12. 17. 15:41

[사설] 文대통령-기업인 '호프간담회' 공허하게 끝내지 않으려면(2017.7.28.)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저녁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간담회는 형식과 내용에서 과거와는 달라진 변화를 느끼게 해 신선하다. 첫 그룹과 만난 어제는 녹지원 뜰에서 맥주와 치즈 안주를 놓고 20여 분 호프미팅도 가져 국민에게는 대통령과 기업인 간 '호프간담회'로 기억될 만하다. 자산 기준 상위 14개 그룹과 중견기업 오뚜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이틀로 나눠 불렀는데 참석자들에게 노타이를 권했고 문 대통령이 야구와 피자 선물 등 참석자별로 각각 준비된 맞춤형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나눠 분위기를 한껏 자유롭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며칠 전 발표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원활한 상생협력에 더 팔을 걷어붙여달라는 주문도 했다. 기업인들은 일자리 창출에서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부가 관련 산업을 육성해달라고 제안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관련해 한층 어려움을 겪는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도 요청했다. 또 대기업으로서 골목상권과 상생하겠다는 의지도 보였고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별도의 발언 순서나 시나리오를 마련하지 않았고 호프미팅 후 상춘재에서 이어진 본격 간담회가 원래 예정했던 50분을 넘겨 2시간10분이나 이어졌으니 그야말로 자유로운 토론을 했다.
과거 정권에서 열렸던 대통령과 기업인 간 간담회는 주로 총수들 위주로 불러 모아놓고 대통령의 뜻을 협조사항으로 포장해 전달하는 일방통행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이 경영상 애로사항이나 규제 개혁 건의를 하더라도 이를 풀어주고 현실화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내거나 유야무야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새 정부는 이런 모습과는 다를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이번 간담회에서 들은 재계의 얘기를 어떻게 반영할지 대책을 찾아내고 실천해 정말로 달라졌음을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게 만들어줘야 한다. 이번에는 취임 후 첫 만남이니 한날한시에 상위 그룹만 불러 보여주기 행사처럼 치렀지만 앞으로는 경제인 모임 등에서 자연스럽고 더 넓게 만나 대화하는 모습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