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영국 사우디 해외 원전시장 중국에 다 빼앗길 판이라니(2017.9.20.)

joon mania 2018. 12. 17. 16:39

[사설] 영국 사우디 해외 원전시장 중국에 다 빼앗길 판이라니(2017.9.20.)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음달 200억달러(약 22조6500억원)짜리 1400㎿급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을 위한 국제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데도 석유 고갈에 대비해 2032년까지 17.6GW의 원전 건설계획을 세웠으니 추가 발주가 이어질 수 있다. 일본 도시바 산하 개발회사 뉴젠이 진행하던 영국 무어사이드 3기 원전 건설도 도시바의 사업 철수 결정 후 매물로 나왔는데 약 21조원짜리다. 사우디와 영국 외에 필리핀, 체코,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원전 건설 발주를 준비하고 있으니 대규모 원전 시장이 열리는 중이다.
원전산업은 건설부터 운영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수익과 일자리 때문에 각광받는 먹거리로 꼽혔다. 한때는 미국, 프랑스, 일본이 3강을 형성하며 주도했지만 이후 한국, 중국, 러시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한국은 세계 첫 상용화에 성공한 3세대 원전 APR-1400 모델을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하면서 강자로 부상했다. UAE에 수출한 5600㎿ 원전 4기의 직간접 경제효과는 55조원까지로 추산된다. 건설 단가에서 한국은 KW당 1556달러로 러시아 2993달러, 중국 1763달러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막강한 자금력과 국내 건설로 쌓은 노하우를 앞세운 중국의 공세가 거세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에는 이미 협상하고 있던 한국전력에 중국 국영 광허그룹이 치고 들어와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문재인정부가 내세우는 탈원전 정책의 후폭풍이 원전 수출 전선에 몰아치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원전 수출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공언했지만 일선에서의 체감온도는 다르다. 원전을 짓지 않기로 선언한 국가가 수출하겠다고 나서는데 어느 발주처가 신뢰하겠느냐는 비판을 뚫기 쉽지 않다. 탈원전을 선언해놓고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에서 금융지원에 나설지도 의문이다. 원전이나 고속철도 같은 대형사업 수주에는 정상들이 나서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치는 판에 우리에겐 되레 배제 대상이니 안타깝다. 정치적 목적의 탈원전 정책이 수출시장의 동력을 잃게 만든다면 명분만 쫓다가 실리를 놓치는 꼴임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