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최악의 안보위기 속에 맞는 10·4 남북공동선언 10주년(2017.9.27.)

joon mania 2018. 12. 18. 15:16

[사설] 최악의 안보위기 속에 맞는 10·4 남북공동선언 10주년(2017.9.27.)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으로 열린 남북 정상회담 후 내놓은 10·4 남북공동선언 10주년을 맞은 기념행사가 26일 열렸지만 최근 긴박한 안보위기를 감안하면 그 뜻을 제대로 기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씁쓸하다. 지난해까지는 민간단체인 노무현재단이 주최해왔으나 올해에는 통일부와 서울시의 공동 개최로 바꿔 정부가 공식 참여했으니 더욱 그렇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국제사회가 고강도 대북 제재에 나선 데다 북한과 미국 간에 강대강 대치가 격화되고 있는데 아무리 10·4선언 정신에 입각한 조치라고 해도 현시점에서 거론되는 인도적 지원이나 이산가족 상봉 추진은 국제사회와의 대북 공조 엇박자 논란을 피할 수 없어 안타깝다.
무엇보다 유엔총회에서의 각국 대표 연설 이후 이어지는 북·미 간의 공방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분위기여서 걱정스럽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선전포고를 했다며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자기네 영공을 침범하지 않아도 격추시킬 자위적 권리가 있다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선전포고를 한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당장 전투할 수 있는 파이트 투나이트 태세를 미군은 갖추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으로 되받았다. 꼬리를 무는 말폭탄이라도 북·미 간의 공방이 확대일로여서 한반도를 주시하는 안팎의 시선에 불안감을 키우고만 있으니 문제다.
10·4선언은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육로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난 뒤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다.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기념사에서 인도적 협력이나 이산가족 상봉은 늦출 수 없다며 북한에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10·4선언 정신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7월 베를린 구상에서의 제안 때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응대하며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10·4선언은 북한의 도발 폭주로 사실상 뭉개져버린 상태나 다름없다. 지금은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인질로 삼으려는 북한을 제어할 방안을 강구하는 게 우선이다. 평화는 스스로를 지킬 강력한 힘을 갖춰야 확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