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예술단에 공들이는 北, 평창이 체제선전장 돼선 안된다(2018.1.16.)

joon mania 2018. 12. 20. 16:05

[사설] 예술단에 공들이는 北, 평창이 체제선전장 돼선 안된다(2018.1.16.)


      

남북이 지난 9일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합의한 후 엿새 만인 15일에 열린 첫 실무접촉은 북측의 예술단 파견을 위한 협의를 하는 자리였다. 오후까지 이어진 실무회담은 북한 예술단 구성과 공연 일정 및 장소 등을 논의한 것이었는데 세부 사안에서 만만찮은 줄다리기를 벌여야 했다.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 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또 북측 예술단은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는 북측 예술단의 안전과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라는 큰 합의를 이뤄놓고 실무회담 개최에 우리 측이 거듭된 제안을 해도 북측은 회신을 늦추거나 딴청을 피우는 태도여서 그 속내를 이해하기 어렵다. 올림픽 개막일이 다음달 9일로 얼마 남지 않았으니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하려면 서둘러야 하는데도 북측은 본래의 목적에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변죽만 건드리는 행태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협의하기 위한 실무회담은 17일 오전에야 열리는 것으로 합의됐다. 당초 우리 측의 15일 개최 제안에 북측이 예술단 파견을 먼저 논의하자고 수정한 뒤 다시 제의해 미뤄진 것인데 우리 측의 무조건 수용으로 일정이 잡히기는 했지만 찜찜하다.
올림픽 경기의 기본 정신은 스포츠를 통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고 새로운 기록을 향해 정진하면서 인류 공통의 가치를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위기감이 높아진 한반도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평화의 씨를 뿌리고 결실을 맺어보자는 게 우리의 목표고 전 세계도 바라고 있다. 북한의 참가를 유도하려고 안간힘을 쓴 것은 이런 취지였고 남북 고위급회담의 합의도 나왔다. 하지만 실무회담을 하자는 순서를 보면 북측은 선수단 파견보다는 예술단 파견에 더 관심이 크고 공을 더 들일 듯이 보인다. 평창에 쏠린 세계의 관심을 활용해 예술단 공연으로 체제 선전을 하려는 것이라면 올림픽 정신을 왜곡하는 행동이다. 남은 실무회담에서 북한이 이런 의도를 조금이라도 비친다면 우리 측은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올림픽은 어디까지 비정치적인 평화의 제전으로서 존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