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평창 오는 北김영남, 비핵화 메시지없이 잔치만 보고 갈건가(2018.2.6.)

joon mania 2018. 12. 20. 16:26

[사설] 평창 오는 김영남, 비핵화 메시지없이 잔치만 보고 갈건가(2018.2.6.)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올 고위급 대표단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3명의 단원과 지원 인력 18명을 9~11일 보내겠다고 알려왔다.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등의 방한은 속속 진행되고 있지만 고위급 대표단 면면을 밝히지 않았는데 이제야 뚜껑을 열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으로 2008년 베이징과 2014년 소치올림픽에도 대표단을 끌고 갔다. 세계 26개국 정상급 인사가 모이는 평창올림픽에 명목상이라도 국가수반을 파견해 격을 맞추고 자기들도 정상 국가임을 과시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 단장의 만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일대일 면담 형식일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 단장이 남북 관계와 관련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나 메시지를 갖고 올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큰 관심은 김 단장과 미국을 대표해 방한할 마이크 펜스 부통령 간 접촉이 이번에 이뤄질 것이냐로 모아진다. 김 단장과 펜스 부통령의 만남은 북·미 대화 타진 가능성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그런 상황으로 가기 위한 양측의 입장 변화를 우리는 주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재개된 남북 대화를 북·미 대화로 연결시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정세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구상이니 어찌 보면 가장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사안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만을 위한 부분적인 남북 대화에 나섰을 뿐 핵과 미사일 도발에서는 전혀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더욱이 평창올림픽 개막 하루 전인 8일 인민군 70주년 건군절을 내세우며 대규모 열병식을 갖는 등 우리와 미국을 겨냥한 공격적인 자세에서 조금도 굽히지 않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에 앞서 전략적 인내는 끝났음을 북에 인식시키겠다는 강경 메시지를 내놓았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김영남 단장을 보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보겠다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보여주는 게 먼저다. 궁극적으로 비핵화 메시지를 우리와 미국에 그리고 세계에 확인시켜야 한다. 김 단장의 방문이 비핵화를 향한 여정에 디딤돌을 놓는 작업과는 무관하게 평창에서의 올림픽 잔치만 보고 돌아가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