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정형식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은 법치를 흔드는 일(2018.2.7.)

joon mania 2018. 12. 20. 16:27

[사설] 정형식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은 법치를 흔드는 일(2018.2.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5일 항소심 판결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3부 정형식 부장판사 등 재판부에 대한 비판론자들의 공세가 지나친 수준이어서 걱정스럽다. 여당 중진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과 법관 개인의 유착이라는 주장까지 펴며 정 부장판사 개인을 공격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라는 욕설에 가까운 비난까지 쏟아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판결과 관련한 수백 건의 청원이 올라갔고 이 가운데 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글에는 6500건 넘는 추천이 붙었다. 네티즌들은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 부장판사와 재판부의 신상털기에 나섰는가 하면 인격모독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부회장 판결을 놓고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각자의 성향에 따라 둘로 나뉘어 재판부를 향해 제 입맛에 맞춰 박수와 성토를 보내는 행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적 사안에 대한 판결이나 특정인의 구속영장 처리 결과 등을 놓고 통과의례처럼 대립하는 모습이 이번에도 재연됐는데 꼴불견이다. 법원의 결정이 흡족하면 환영하고 아니면 비난하는 식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를 위협하는 행위다.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재판 결과를 놓고 해당 판사를 들먹이며 공격하는 것은 입법부와 사법부를 구분하고 서로 존중해야 하는 기본을 외면하는 짓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정 부장판사 파면 청원은 헌법 제65조와 106조에 규정된 법관의 신분 보장을 해치는 위헌적 의견이다. 정치인이든 일반인이든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고 헌법에도 반하는 주장까지 펴서야 되겠나.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달 초 이일규 전 대법원장 추념식 때 "정치적 이해에 따라 재판 결과를 비난하는 일은 헌법 정신에 어긋나고 법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경고했는데 이를 되새길 때다.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양심에 따라 재판하도록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줘야 한다. 정치적 입지나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판결 결과를 놓고 재판부를 향해 야만적인 비난을 퍼붓는 행동은 사법부 독립의 근간을 흔들고 헌법 정신도 짓밟는 짓이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