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文대통령 방북보다 더 중요한 방북여건 만들기(2018.2.12.)

joon mania 2018. 12. 20. 16:31

[사설] 대통령 방북보다 더 중요한 방북여건 만들기(2018.2.12.)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서울로 보낸 특사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을 방문해달라는 초청 의사를 공식 전달했다. 평창올림픽에 오는 고위급 대표단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여동생 김여정을 포함시키면서 남북 관계에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 관심이었는데 이렇게 나왔다. 편한 시간에 방문해달라는 요청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나가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남북정상회담에 기대감을 보인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은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라거나 한미동맹 균열을 걱정하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김정은 위원장의 문 대통령 방북 초청이라는 카드는 예상됐던 내용이라도 파격적이다. 김 위원장이 2012년 통치 체제의 전면에 나선 이후 핵과 미사일 개발로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서 한반도 전쟁 위기를 실컷 고조시키다가 느닷없이 던졌다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은 꽉 막혀 있던 남북 간 대화와 교류를 평창올림픽을 매개로 풀어 남북 관계 개선을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의 마중물로 삼겠다고 천명해왔다. 그렇다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그동안에 꼬여 있던 상황을 외면하거나 훌쩍 건너뛰면서 남북 관계의 새 틀을 짜고 국민에게 이를 받아들이도록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면밀하게 접근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앞으로 방북 여건을 만들어나가자고 한 언급은 여러 측면에서 함축적이고 적절한 답변이었다고 본다.
남북정상회담을 성과 있게 이뤄내려면 남북 관계 개선만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협조와 이해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두 축의 수레바퀴처럼 남북 대화만큼이나 북·미 대화가 원활하게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어떤 이유로도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하고 양국 간 굳건한 신뢰가 유지돼야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이번에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핵포기를 향해 최대의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현시점에서는 이를 놓고 한미 간에 한 치라도 이견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김정은의 친서 외교와 문 대통령 방북 초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한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시적인 전략일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방북 초청을 수락할 것이냐 혹은 어느 시기를 택할 것이냐보다는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가 따로 있다. 방북 자체보다 그전에 국내적으로 동시에 국제적으로 방북 여건을 얼마나 잘 조성하느냐다.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관철해내는 일이다. 국내에서는 국민 여론을 한데로 모으고 한미 간 빈틈없는 공조를 통해 때로는 압박과 제재로, 때로는 대화로 북한을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대북 정책에서는 일시에 풀릴 수 있다는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서둘러서도 안된다. 탄탄하게 다져야 오래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