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장애 극복하고 물리학계 한 획 그은 호킹 박사를 보내며(2018.3.15.)

joon mania 2018. 12. 20. 16:43

[사설] 장애 극복하고 물리학계 한 획 그은 호킹 박사를 보내며(2018.3.15.)


      

블랙홀 관련 우주론과 양자 중력 연구로 물리학계에 한 획을 그은 스티븐 호킹 박사가 타계했다. 1959년 17세 때 옥스퍼드대에 입학하며 천재성을 인정받은 그는 21세 때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이른바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몇 년밖에 더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학계의 예상을 뒤엎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 컴퓨터 음성재생장치 도움을 받아 76세로 서거할 때까지 찬란한 학문적 성과를 일궈냈다.
호킹 박사에게는 갈릴레이, 뉴턴,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물리학자라는 칭송이 붙어 있다. 그가 1979년부터 30년간 맡은 케임브리지대 루카시언 석좌교수 보직은 1663년 뉴턴이 수행했던 영예로운 자리였다. 1975년 발표한 블랙홀이 입자를 방출하다 증발해 사라질 수 있다는 호킹 복사 이론은 물리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또 일반상대론적 특이점 정리를 증명하기도 했다. 호킹의 연구에 따르면 우주는 빅뱅으로 시작해서 블랙홀로 종말을 맞는 것이었다. 그가 일반인을 위해 우주의 역사와 시공간 개념을 쉽게 풀어 쓴 대중과학서 '시간의 역사'는 세계 40여 개국에서 1000만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세계 주요 매체가 전하는 부음을 보면 호킹 박사의 업적과 유산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AP통신은 "끊임없는 도전 속에 수명을 연장하며 심각한 장애일지라도 생을 멈추게 할 수 없음을 증명해냈다"고 압축했다. BBC는 "호킹은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선 인물로 자신의 연구에 일반인들이 언제든 접근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고 평가했다. 호킹 박사는 "항상 일찍 죽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 살고 있는 만큼 나에게 시간은 언제나 귀중하다"며 "하고 싶은 게 많고 시간 낭비가 가장 싫다"고 말하곤 했다. 영국 국민건강보험의 민영화를 막기 위한 사회활동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없어질 위기에 처한 자선버스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캠페인에 나서기도 했다. 후세 사람들은 수학과 물리학에서 호킹의 천재성도 추앙하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포기하지 않고 연구와 저술, 사회활동을 펼친 불굴의 의지에 박수를 더 보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호킹과 같은 과학자가 나오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