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인터넷은행 출범 1년, 메기효과 반감시킨 은산분리 규제(2018.3.26.)

joon mania 2018. 12. 20. 16:48

[사설] 인터넷은행 출범 1, 메기효과 반감시킨 은산분리 규제(2018.3.26.)


      

미국과 유럽에서는 진작 자리 잡았던 인터넷전문은행이 한국에도 등장한 지 어느덧 1년을 맞는다. 지난해 4월 3일 케이뱅크가 먼저 출범했고 세 달 후 한국카카오은행(약칭 카카오뱅크)도 뒤를 이어 영업을 시작했다. 케이뱅크는 출범 10개월 만인 올 2월 말 현재 가입자 수 68만명에 수신 1조2100억원, 여신 9700억원을 올렸다. 카카오뱅크는 더 빨리 성장해 불과 6개월 만인 올 1월 말 가입자 수 500만명을 돌파했고 수신 5조1900억원, 여신 4조7600억원을 달성했다. 굳이 찾아가지 않고도 돈을 맡기거나 상품에 가입하고 대출을 받는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서비스에 소비자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1992년 이후 신규 은행 진입 없이 과점을 즐겼던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 출현에 맞서 속속 대응책을 내놓았다. 인터넷은행처럼 하나의 앱으로 은행 일을 쉽게 할 수 있고 번거로운 인증 없는 이체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주말과 휴일 상관없이 24시간 가능한 인터넷은행을 따라가기 위해 영업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금리 인상기인데도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낮추며 고객 유인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비대면 가입이 가능한 상품도 대폭 늘렸다. 금리와 수수료 경쟁에다 서비스 다양화 등 시중은행을 움직이게 만든 것을 보면 인터넷은행의 등장은 안주하던 기존 은행권을 긴장시킨 분명한 '메기 효과'였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의 외형 성장을 뒷받침할 증자 등 자본 확충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도 발목이 잡혀 있으니 문제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최대 10%로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덩치를 키워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주도적 역할을 하는 주주가 증자를 하려 해도 다른 주주가 지분율대로 동참하거나 새 투자자를 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일정 수준 유지하려면 늘어난 대출만큼 자본도 확충해야 하니 은산분리 규제를 인터넷은행에는 풀어줘야 한다. 인터넷은행들은 서버 접속 불발이나 이체 중단 등 서비스 오류로 고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인프라 투자와 관리 노력을 한층 배가해야 한다. 출범 1년을 디딤돌로 삼고 인터넷은행을 정상궤도로 끌어올리려면 은산분리 같은 족쇄를 풀어주고 당사자들에게 각고의 노력을 주문하는 게 맞는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