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천명한 판문점선언 이젠 실천이다(2018.4.28.)

joon mania 2018. 12. 24. 15:53

[사설]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천명한 판문점선언 이젠 실천이다(2018.4.28.)


      

역사의 분수령이 될 만한 결정적 순간이었다. 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 29분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남쪽 땅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손을 잡은 장면을 지구촌은 숨죽이며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합의에 도달해 세계인들에게 큰 선물을 하자고 했다. 김 위원장은 새 역사를 쓰는 출발선이라며 원점으로 돌아가지 말고 미래를 보며 가자고 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천명했다. 한국전쟁 후 65년간 이어진 한반도의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가는 큰 걸음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핵폐기에 이를 비핵화 구체 이행이 관건
남북 정상 간에 어제 합의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은 분단과 군사적 대치 체제를 정리할 분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못 박았다. 두 정상은 직접 서명하고 함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비핵화 의지를 담은 문서에 서명하고 공개 발표를 한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이미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향후 핵실험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 내정자의 비밀 방북 후에 내놓은 것이다.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막후 협상에서 거론된 일부를 미리 공개한 듯한데 그동안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볼 때 그 자체만으로도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핵 동결 선언으로만 간주할 뿐 진정한 핵 폐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문점 선언에서 국제사회에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고 선포했지만 구체적인 이행 방안은 담지 못했다. 후속 협의를 통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 수준으로 가야 한다. 검증할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비핵화 수준과 내용에 뒷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구체적인 이행이 뒤따라야 한다. 핵실험장이나 재처리 시설은 물론 핵 관련 기술에 대해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깔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북정상회담서 평화협정과 수교 길 터야
김 위원장은 지난달 초 방북한 문 대통령의 특사단과 만났을 때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이런 내용을 당시 언론발표문에 담아 공식화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월 중 열릴 미·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과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후속 조치를 다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953년 북한과 중국, 그리고 유엔군 3자 간에 맺어진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에는 어제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추진키로 했다. 남북 간에는 육·해·공 모든 공간에서 상대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며 어떤 형태의 무력도 사용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간다는 데도 합의했다.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자고도 했다.
미국과 북한 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들이기 위한 양국 간 수교는 미룰 이유 없이 이어질 다음 단계의 조치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 안전 보장의 가장 가시적이고 상징적인 카드로도 볼 수 있다. 이후 세계무역기구(WTO)나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에 북한을 가입시킴으로써 국제적인 통상 질서와 금융 시스템으로 편입시킬 수 있다. 미·북 수교는 고립과 은둔의 지대에 남아 있던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는 지렛대다.


국회 협조와 여론 통합도 과제
문 대통령은 이번 김 위원장의 판문점 평화의집 방문에 화답해 올가을 평양을 방문키로 했다. 또 정상 간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 전화를 통해 중대사를 수시로 논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이 염원했던 남북정상회담 정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진일보한 성과를 이뤄냈다. 민간 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양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 지역에 설치키로 한 점도 주목할 항목이다. 이산가족 상봉, 2018 아시안게임 공동 참가 등 다방면의 협력과 교류 왕래를 활성화하기로 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려는 장치이니 의미가 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을 포함한 남북정상회담 성과가 우리 내부에서 힘을 받고 지속되려면 국회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세부 조치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합의 이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야가 당파적 이해를 넘어 손을 잡는 것도 좋겠다. 남북 간 합의는 조약이나 협정이 아닌 만큼 국회의 비준을 거칠 필요는 없지만 국회 차원의 지지가 더해지면 힘을 받을 것이다.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가는 과정도 중요하다. 분단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평화와 번영을 향해 남북 관계를 개선해 나가자는 대의에 반대하는 국민이야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진영 논리에 의한 반대를 떠나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한번에 씻어내기는 쉽지 않다. 대북 지원이나 교류에 소요되는 비용을 위한 경제적 부담을 요구할 경우 손사래를 치며 반발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수 있다. 남북 관계 개선과 궁극적으로 통일을 향한 여정은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후세에게 물려주는 우리 세대의 임무라는 점을 공감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자발적인 성원과 관심을 끌어내는 길이다.


다음 단계는 내실 있는 경협과 교류
비핵화가 진전되면 자연스럽게 남북 교류와 경제 협력도 다시 힘을 받을 것이다. 8·15 이산가족 상봉과 동해선, 경의선 철도 연결 같은 구체적인 합의도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실질적인 비핵화 이행 전에는 쉽게 풀리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2006년 이후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은 모두 10개나 된다. 미국은 유엔보다 더 강력한 독자 제재를 가하고 있다. 북한에서 생산한 공산품 수입과 대북 합작사업을 금지하는 유엔 제재와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까지 제재할 수 있는 미국의 독자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본격적인 남북 경협은 이뤄질 수 없다. 미·북정상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대북 제재가 완화돼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2007년 10·4 공동선언에 합의한 사업 추진을 포함한 남북 경협이 본격화할 수 있다.
아직은 성급한 기대보다는 체계적인 경협 전략을 세우고 차분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문 대통령이 공약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기초로 새로운 경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핵화 이행과 보조를 맞춰 단계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6년 전 인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한 김 위원장은 이제 핵·경제 병진 노선 대신 경제 건설 총력 노선으로 돌아서겠다고 선언했다. 남북 경협이 일단 재개되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한반도 평화와 공존의 강력한 토대가 될 경제공동체로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