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경제선장 이렇게 흔들면 대한민국號 제대로 가겠나(2018.6.1.)

joon mania 2018. 12. 25. 15:43

[사설] 경제선장 이렇게 흔들면 대한민국號 제대로 가겠나(2018.6.1.)


      

한국 경제를 최일선에서 이끌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에 대해 청와대 참모진이나 대통령 자문위원회 인사들이 줄지어 공세를 퍼붓는 모습은 그 형식에서나 내용에서 상당히 걱정스럽다. 대표적으로 지난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소집한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 자리에서다. 비공개로 논의된 내용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배포된 서면보도자료로만 전해졌으나 자유로운 토론이라기보다는 김 부총리 한 사람과 나머지 참석자 간의 이견 구도였다고 한다.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현장 부작용을 지적하며 속도 조절을 거론하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등은 물론 경제팀 장관 중 일부까지 일제히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옹호하며 반박했다는 것이다.
경제정책을 놓고 일선에서 집행하는 각료들과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진이 논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고 적극 권해야 할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과 관련해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다른 회의에서 이미 이견을 보인 적이 있는데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다는 이유로 상대의 논리를 무조건 무시하거나 제압하려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는 데 있다. 정치인 출신인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따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확실한 실증분석 자료도 없이 경제부총리가 속도 조절 발언을 하는 건 맞지 않는다며 경제부총리가 신의 영역에 있느냐고 공개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소득 최하위 20% 가구의 명목소득이 더 떨어지는 등 분배 악화가 심해지자 문 대통령 스스로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반성했다. 정책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봐야 국민의 생활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언제든 부작용을 점검하고 기조와 실행 방안의 수정 여부를 열어놓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장의 우려를 전하는 경제부총리의 주장을 청와대 참모진의 견해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경제부총리를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로 인정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한국 경제를 끌고 가는 선장을 흔들어대면 대한민국호(號)가 제대로 순항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