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경기 작년 2분기에 정점" 정부는 위기론에 귀막고 있었나(2018.11.14.)
joon mania
2018. 12. 26. 16:33
[사설] "경기 작년 2분기에 정점" 정부는 위기론에 귀막고 있었나(2018.11.14.)
강신욱 통계청장의 "작년 2분기 언저리가 경기 정점으로 추정된다"는 언급은 거시경제 상황 진단이라는 본래 취지를 넘어 정치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파장을 가져올 듯하다. 강 청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통계청의 공식 판단을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 말대로 각종 지표가 오르락내리락하면 헷갈리겠지만, 최근 나타난 지표는 일관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만큼 통계청장의 이런 의견은 경기 전환점 판단에 대해 거의 결론을 냈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으니 관례를 따르면 경기가 이미 하강으로 꺾인 전환점을 맞은 것으로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청장 발언을 정치적으로 연결시켜 해석하자면 더 많은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우선 작년 2분기 이후 이어진 경기 부진이 전임 정부의 정책 실패나 책임이라는 단순 논리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보다는 지난해 2분기를 정점으로 한국 경제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는데도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여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허약해지기 시작한 경제 체력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 법인세율 인상 등 일련의 정책을 감당하기에는 버거웠는데 현 정부는 실물경제의 바뀐 흐름을 읽지 못했거나 일부러 외면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어서다. 통계기법으로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에다 국내총생산(GDP) 등 총량지표를 더해 전문가 자문회의와 국가통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경기 전환점 여부를 결론 낼 수 있다. 이는 실제 전환점에서 2~3년 지나야 이뤄진다. 지금 우리에겐 아무리 정확해본들 배 떠난 뒤 내려진 뒤늦은 진단이 필요한 게 아니다. 기업이든 가계든 이구동성으로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치는데 정부는 애써 회복되고 있다며 강변하는 엇박자부터 깨는 게 우선이다. 물러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나 후임 홍남기 후보자가 나란히 위기론을 부인하고 새로 앉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도 소득주도성장 등 기존 정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강 통계청장의 진단을 봤으면 현실을 인정하고 기조와 궤도를 수정하는 게 맞는 방향이다. 그것이 내리막으로 접어든 경기가 더 곤두박질치지 않게 만드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