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한국은 갈라파고스 규제 국가" 이대론 혁신성장 요원하다 (2018.11.29.)

joon mania 2018. 12. 26. 16:42

[사설] "한국은 갈라파고스 규제 국가" 이대론 혁신성장 요원하다 (2018.11.29.)



국내에서 활동하는 유럽 국가 기업들의 모임인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한국을 유례없이 독특한 갈라파고스식 규제 국가라고 비판하고 나선 건 아프지만 귀담아들을 얘기다. 세상 흐름과 단절돼 고립된 갈라파고스섬에 한국 정부의 규제를 빗댄 것이다. 유럽상의는 지난 27일 규제 백서 발간 기자회견에서 목소리를 낸 건데 외국기업 의견을 넘어 우리 기업들도 공감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유럽상의가 규제 실태 백서를 낸 건 올해로 4번째이지만 이번에는 문재인정부 이후 강화되고 있는 친노동 반기업 정책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점에서 주목을 더 끈다.
회장을 맡고 있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는 한국에서는 지표로부터 자동차 차축까지의 높이를 12㎝로 규정하는데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강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영국 제약회사 GSK의 줄리엔 샘슨 한국사장은 한국은 임상시험에 쓰이는 신종 의료기기를 들여올 때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밟아야 하는 유일한 국가라며 이 때문에 의료 소비자들이 최신 임상시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오는 30일엔 유럽상의 외에 주한미국상의, 영국상의, 한불상의, 한독상의 등 한국 주재 외국기업을 대표하는 5개 상의가 규제 관련 공동입장을 낼 예정이라니 더 구체적이고 강도 높은 볼멘소리가 쏟아질 판이다.
관련 부처에서는 유럽상의의 123개에 달하는 규제 개선 건의를 잘 살펴 풀 수 있는 건 바로 손보기 바란다. 규제 백서에 기업 관련 규제가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정보를 교환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너무 자주 변한다는 대목도 눈여겨봐야 한다. 원하는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지 사전에 적절한 평가도 해보지 않고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 역시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한국만의 갈라파고스식 규제가 아니라 글로벌 표준을 도입해야 한다며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사업하기가 편리해지면 한국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크리스토프 하이더 유럽상의 총장의 조언을 정부 담당자들은 새겨듣기 바란다. 이대로면 정부가 공을 들이는 혁신성장은 요원하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기득권을 가진 저항세력의 반발을 누르고 규제개혁을 하겠다는 대통령과 여당의 강력한 의지다. 원칙과 방향이 맞는다면 아무리 우호세력이라도 맞서 깰 수 있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