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가스경보기만 달았어도 막을 수 있었던 강릉 펜션 사고(2018.12.20.)
joon mania
2018. 12. 26. 17:05
[사설] 가스경보기만 달았어도 막을 수 있었던 강릉 펜션 사고(2018.12.20.)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강릉의 한 민간 펜션에서 개인 현장체험학습차 투숙하던 고교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 원인은 가스보일러 연통에서 새나간 일산화탄소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추정이다. 소방대원이 사고 현장에서 측정한 일산화탄소 농도는 150~159PPM으로 정상 수치 20PPM보다 8배가량 높았다고 한다. 조사 결과 보일러 배관이 연결되지 않은 채 어긋나 있었다는 걸 보면 무색무취의 일산화탄소에 정신을 잃거나 죽음에 이른 셈이다. 사고를 당한 펜션은 올 7월 농어촌민박으로 신고해 위생점검만 받았고 소화기와 화재경보기는 갖췄지만 1만~2만원에 불과한 가스누출경보기 하나 갖추지 않았다니 어처구니없다. 농어촌민박은 신고제로 운영돼 다른 숙박업에 비해 운영은 쉽지만 안전관리 감독은 허술해 사각지대에 있다. 사고 펜션에 영업 허가를 내줄 때 강릉시는 소방시설 점검만 했을 뿐 가스는 소관이 아니어서 별도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5년 새 49명의 사상자를 낸 가스보일러 사고 23건 중 17건이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는데도 상업용 숙박시설에 가스누출경보기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었다는 점도 놀랍다. 유사한 시설 중에는 올 9월부터 야영장에 가스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했을 뿐이라고 한다. 강릉 펜션 같은 농어촌민박은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고 야영장은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이며 다른 숙박시설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인허가와 관리감독을 맡기로 나뉘어 있지만 영역과 관할을 떠나 이용자의 안전과 관련된 규정은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챙겨야 한다. 지난 1년 사이 터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밀양 노인병원 화재 그리고 서울 청계천 고시원 화재 등 잇단 사고를 보면 대한민국의 안전관리 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 있는 듯하다. 사고 후 소방차 진입을 막는 불법 주정차를 엄중 단속하며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등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세우기는 했지만 잊을 만하면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니 한심하다. 안전 관련 규정을 원점에서부터 따져 빠진 분야는 없는지 챙겨 보완하고 일선에서 이를 반드시 지키도록 상시 점검하고 감독해야 한다. 이런 안전 사고가 반복되는 한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요원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