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신뢰하되 검증하라(2019년 2월 28일)
[매경포럼]신뢰하되 검증하라(2019년 2월 28일)
미-북간 하노이 합의가
완전한 비핵화 이뤄내려면
신뢰로 서로 끌어안은뒤
검증 받아들이게 해
뒤끝을 남기지 않으면된다
어제에 이어 오늘 이어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간의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을 보는 시선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때와는 많이 달라졌다.싱가포르 선언후 펼쳐진 교착상태가 실망과 피로감을 키웠기 때문이다.싱가포르 선언에 담겼던 4개 합의사항 중 후속조치가 이뤄진건 미군 유해 송환 하나다.완전한 비핵화,한반도 평화체제,미북 새로운 관계 수립 등은 겉돌았다.셋은 서로 맞물려 있으니 완전한 비핵화라는 첫 장벽을 넘지 못하는 한 다음으로 넘어가기 어려운 구조였다.
오늘 하노이 회담에서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외에 어떤 추가 보따리를 풀것이냐에 따라 스몰딜이냐 빅딜이냐가 갈릴 듯하다.스티브 비건-김혁철의 미북 특별대표간 실무협상에서 보여준 밀고당기기로 이미 난항을 충분히 읽게한다.사안 하나하나마다 이견과 충돌을 피할 수 없다.
따져 보면 미북 정상간 만남의 물꼬가 터진건 불과 한 해 전밖에 안된다.지난해 2월25일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입에서 미북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문재인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따로 만나 미북 대화를 주문하자 예상외로 화끈한 답을 했다.김정은 위원장의 뜻이 간접적이지만 처음 표명된 순간이었다.개막식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김영남-김여정 대표단과 면담 불발후 상대방 탓을 했던 것과 확 달라졌다.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던데서는 더욱 극적인 변화였다.미국을 상대로 견지하던 도발과 협박에서 대화로 선회하겠다는 태도 변화였으니 획기적이었다.
선순환 단계로 진입하려면 미북 양측이 가야할 길은 이렇다.북한은 이미 천명한대로 기존의 모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영변 핵시설 등을 완전 폐기키로한다.이후 사찰과 검증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가입 수순을 받아들인다.일련의 과정을 명기한 로드맵도 작성한다.이에 대해 미국은 연락사무소 개설과 종전선언 등 의회 동의 없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먼저 내놓는다.대북 제재도 풀어준다.우리가 제시한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가동도 허용된다.트럼프가 거듭 얘기하는 경제적 보상이다.휴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대체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미국이 북핵 해법 원칙으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수 없는 비핵화) 개념에서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개념으로 표현과 내용을 바꾼건 여러 의미가 있다.무엇보다 돌이킬수 없는(irreversable)이라는 표현은 패전국에게나 적용하는 것이는 북한의 반발을 감안해 대신 검증된(verified)에 더 방점을 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핵 해법은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됐다.1994년 미북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6자회담에서 이뤄낸 베이징 9.19 선언에 담긴 원칙과 뼈대가 매번 재활용된다.작년 싱가포르 선언이나 오늘 만들어질 하노이 선언도 제네바 합의와 베이징 선언의 틀을 유지할 것이다.시점에 따라 상황과 여건 변화를 감안한 부분적 더하기와 빼기만 이뤄지는 것이다.반복되는 해법이지만 이번에는 다르도록 만들려면 꼭 적용할 철칙 하나만 지켜내면 된다.`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명언이다.소련과의 치열한 군축협상 때 레이건이 입버릇처럼 되뇌었던 지침이다.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를 잘 알고 있다.그는 이번 하노이 회담의 실무협상을 지휘하면서 기회될 때마다 이 말을 인용했다.김 위원장이 그동안 여러 차례 비핵화를 완수하겠다고 말했는데 실제 그렇게 하는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늘 나올 하노이 합의도 1994 제네바 합의로부터 2018 싱가포르 합의까지 관통하는 북핵 해법의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중요한건 합의후 파기 그리고 갈등과 대화에 이은 재합의를 이젠 멈춰야 한다는 점이다.그러기 위해선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레이건의 지침을 이번엔 철저하게 적용해 뒤끝을 남기지 않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