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 (2019.6.14.)

joon mania 2019. 6. 14. 07:17

[필동정담]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 (2019.6.14.)


한·중·일 3국의 정치, 경제, 문화 협력 방안을 고민하다 눈길을 끄는 역작을 찾았다. `동아시아사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트랜스내셔널 역사학과 식민지 근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근대사 전공인 윤해동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의 저술이다.

학계는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의 의미를 아는데도 아직 마땅한 우리말 단어를 붙이지 못하고 있다.
트랜스(trans)는 `가로지르는(across)` `뛰어넘는(beyond)` `통하는(through)` 등을 포괄한다. 금융이나 기업 혹은 범죄행위에 한 나라의 범주를 넘어 나타나는 행태로 쉽게 이해된다. 하지만 국가 행위나 통치 등에 붙일 때는 모호해진다. `국제적(international)`이나 `다국적(multinational)`이라는 용어와도 결을 달리하는 걸 보면 조어에 안간힘을 써봤을 학자들의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트랜스내셔널 히스토리는 국가 간 관계나 다국적 상황을 넘어서는 복합적 현상을 분석하려는 시도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윤 교수는 정리한다. 근대 세계의 역사는 일국 단위로 이해돼 왔다. 그러나 국가를 초월하고 국가 사이를 횡단하며 관통하는 시각을 갖지 않으면 어느 시대든 그 인민의 삶과 발자취를 올바로 볼 수 없다는 자각에서 트랜스내셔널이라는 방법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심에 대한 주변의 반발과 한 나라의 역사를 이분법적으로만 보려는 속성 그리고 폐쇄적인 지역사 위주의 접근에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가 더해져 자리를 잡았다.

저자의 주장 중 이런 대목이 와닿는다. 트랜스내셔널은 일종의 지향점이기 때문에 식민지를 경험한 역사 혹은 역으로 제국주의 지배 경험을 가진 역사를 해명하는 데 가장 적절한 인식 체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내셔널이든 트랜스내셔널이든 역사를 볼 때는 역사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의 제안처럼 망원경을 거꾸로 돌려서 보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앤더슨은 서구 중심 사관을 극복하자며 제안했지만 제국주의 지배와 식민지 경험을 가진 국가들엔 딱 들어맞는 얘기다. 강제 징용과 군 위안부 뒤처리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형국인 일본과 한국의 요즘 갈등엔 더 적격인 듯하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