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국민소득 숫자놀음 (2019.7.18.)
[매경포럼]국민소득 숫자놀음 (2019.7.18.)
1인당 3만달러 남 얘기 같고
1만8천달러 PGDI가 와닿는다
가계수입과 생활수준 반영할
국민소득 대체지표 만들자
아무리 봐도 나와는 상관없는 숫자 같다고 말한다.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얘기다.지난 6월 한국은행이 집계한 2018년 1인당 국민소득(GNI)은 3만3434달러(3678만원)였다.이달 초 세계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6194억달러(세계 12위)에 1인당 국민소득은 3만600달러(세계 30위)였다.
한국전쟁을 끝낸 1953년 67달러,산업화로 몸집을 키우던 1977년 1000달러와의 비교는 먼 시절 얘기라 별로 와닿지 않는다.1994년 1만달러,2006년 2만달러 돌파후 3만달러 진입에 11년이나 걸린게 더 아쉽다.
문제는 국민 개개인이 어떻게 느끼느냐다.숫자 따로 체감 따로라는 얘기가 많다.올들어 안좋아졌다는 통계가 더 눈에 들어온다.1분기 명목 국민총소득이 전 분기보다 1.4% 줄었다는 발표 말이다.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4%였으니 국민총소득도 줄어든게 당연하다.이런데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타령이 귀에 들어오겠나.산술적 계산으로 3인 가구면 9만달러, 4인 가구면 12만달러의 소득을 올린다는 말인가.한해 1억원 가량을 벌고 있다는 것인가.
평범한 월급쟁이 관점에서는 1인당 국민소득을 가계총처분가능소득(Personal Gross Diposable Income)으로 계산하면 오히려 와닿는다.PGDI란 국민총소득에서 정부와 기업 부분을 뺀 가계만의 몫이다.소득에서 세금이나 보험료 등의 지출을 빼고 처분 가능한 가계의 구매력이다. 2018년엔 1만8144달러 정도다.3인가구로는 5만4000달러,4인 가구로는 7만2000달러 정도의 소득을 올린 셈이다.중산층 기준으로 그나마 엇비슷해 보이는 소득 규모다.
1인당 국민소득은 애초부터 숫자놀음이다.국민총소득을 전체 인구로 나눠 계산한 평균 수치인데 곳곳에 함정이 숨어있다.우선 원화 총합을 달러 대비 시장 환율로 나눠 산출한다.원화 가치가 강세로 가면 달러로 표시되는 국민소득 규모가 커진다.반대일 때는 줄어든다.한은이 국민계정 통계 기준연도를 바꾸면서 2017년 2만9745달러로 계산됐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1073달러로 늘어 이때 이미 3만달러를 돌파한걸로 조정됐다.한은이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년을 2010년에서 2015년으로 개편하면서 이처럼 1인당 국민소득 수치도 갑자기 바뀌는 또 다른 숫자놀음을 한 셈이다.
1인당 국민소득에는 소득 계층간 양극화가 드러나지 않는다.오히려 숨겨져있다.상위 계층의 소득을 하위 계층 소득과 합쳐 물타기돼 나온게 1인당 국민소득이다.2018년의 경우 소득 최상위 20%와 소득 최하위 20%간 격차 배율은 5.47배였다.하위 60% 구성원이 국민총소득의 20%도 가져가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 보고서는 가슴을 더 무겁게 만든다.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선 국가들과 대한민국의 상대적 빈곤율 비교다.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인구 중 빈곤위험에 처한 인구의 비율이다.조사 대상 7개국은 3만달러 달성 시점에 평균 11.8%였지만 우리는 17.4%로 많이 높다.2016년 수치이지만 우리의 노인층 상대적 빈곤율 46.5%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향해가던 국가라고 얘기하기엔 부끄러운 수치였다.보건사회연구원 분석으론 2018년 상대적 빈곤율은 20.9%까지 오른 것으로 나왔다.
1인당 3만달러에 인구 5000만명 이상의 선진국이라는 30-50 클럽 진입 운운도 낯뜨겁다.우리가 미국,독일,일본,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견줄 만큼 내실을 쌓았다고 자랑할수 없는 처지인걸 알텐데 숫자만 내세워 자화자찬 할 일은 아니다.
국민총소득이나 1인당 국민소득이 소득과 분배의 진면목을 반영하지 못하면 숫자놀음에 그칠 뿐이다.국민소득의 과다와 국민이 느끼는 삶의 질은 비례하지 않는다.되레 간극이 크다.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대통령은 재임중 1인당 국민소득을 대체할 새 지표 개발을 추진한 적이 있다.계층별 소득과 생활 수준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이유였다.대한민국에서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다른 지표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