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USA250을 아십니까 (2020.1.30.)
[매경포럼] USA250을 아십니까 (2020.1.30.)
미국이 독립선언 250주년
2026년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외교 채널 최대 가동해
한미관계 증진 활용해보자
미국에 250주년위원회라는 조직이 있다.의회,정부,학계,시민 등을 아우르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약칭으로 USA250이라 부른다.상원의원 4명,하원의원 4명,연방공무원 9명,일반 시민 16명 등 33명이 위원이다.연방공무원으로는 국무장관,국방장관,법무장관,교육장관,내무장관 등 각료 5명에다 의회도서관장,국립문서보관국장,연방 예술위원장,인문학위원장 등이 참여한다.일반 시민중엔 금융회사나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많다.
1776년의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는 2026년을 기념하기 위한 준비다.250년을 통상`쿼터 밀레니얼'(Quater millenial)로 부르는데 USA 250에서는 `세미퀸 센테니얼'(Semiquincentennial)이라는 단어를 공식용어로 쓴다.USA 250 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써놓았다."지금 초등학생들이 2026년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다.미국이 다음 250년으로 나아가는데 다음 세대를 위해 길을 다져놓는 것은 우리 세대의 특권이자 책임이다."
미국은 독립선언 100주년(1876년)과 150주년(1926년) 200주년(1976년) 행사를 각각 필라델피아에서 가졌다.250주년도 독립선언 태생지 필라델피아가 주도적으로 나섰다.2011년부터 바람을 잡더니 2014년 시의회가 250주년 행사 주최도시 명예를 얻기 위한 공청회를 열어 분위기를 띄웠다.버럭 오바마 대통령 때인 2016년 의회에서 관련 법(The United States Semiquincentennial Commission Act of 2016)이 통과됐다.2018년 11월16일 33명 위원들은 필라델피아 인디펜던스홀에서 첫 회의를 갖고 향후 8년동안 이어질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남의 나라 독립선언 250주년 준비를 이렇게 자세히 소개하는건 그 과정에서 양국 관계를 증진할 우리의 역할이 있을듯 해서다.요즘 한미 관계에는 미묘한 협력과 긴장이 병존해있다.미북 비핵화 협상에 한국의 역할은 어정쩡하다.미국도 북한도 우리를 중재자로 인정하지 않는 기류다.한미간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치열하다.급기야 주한미군사령부는 방위비 분담금 미타결로 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에게 4월1일부터 무급휴직이 시행될수 있다고 어제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 북한 관광과 직접 교류 추진을 밝히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대놓고 우려를 표했다.여당 일각과 친문 세력에서 해리스 대사를 향해 거친 비난이 쏟아졌다.그의 콧수염과 모계 혈통을 문제 삼는 사태까지 비화됐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메가톤급 위기에 덮혀 소강상태이지만 대북 관광 추진을 둘러싼 한미간 충돌은 언제든 재개될 사안이다.
하지만 양국은 당장의 현안을 둘러싼 갈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오랜 관계와 숙명적인 인연으로 얽혀있다.그 매개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미국내 한인동포다.한국전쟁에 파병된 미군 가운데 3만3000여명이 전투에서 목숨을 잃고 10만여명이 부상을 입었다.한국이 두고두고 갚아야 하는 빚이다.아직 생존해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그 후손을 배려하면 친한파로 활용할 여지가 넓다.공식 기록상 1903년부터 시작된 한인 이민은 이제 미국내 동포 250만 시대로 발전했다.한국계 연방 하원의원이 당선됐고 주류사회 곳곳에서 코리안아메리칸이 활약하고 있다.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탄탄한 주춧돌이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한인커뮤니티라는 두 매개를 활용하면 USA250 사업에서 우리의 할 일이 보일 것이다.미국내 친한 세력을 늘리고 친한 여론을 확산할 좋은 기회다.물론 정부가 나설 일은 아니다.민간의 몫이다.학계,시민단체,기업,언론이 각각의 역할을 찾아보자.공공외교가 바로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