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지방 SOC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남발할 일 아니다(2019.1.26.)

joon mania 2020. 2. 21. 11:19

[사설] 지방 SOC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남발할 일 아니다(2019.1.26.)

      

정부가 올해 광역별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을 29일 확정 발표하기에 앞서 지방자치단체들의 구애가 과열 단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여권 실세에게 줄을 대려는 전방위 로비는 물론 자기 지역 사업을 택해달라는 촉구 집회나 서명 운동 등 다양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사업 등을, 13일 경남도청 방문 땐 남부내륙고속철도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예타 면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지역 간 경쟁에 불을 지른 꼴이 됐다. 각 시도에서 건의한 사업은 33개로 61조원 규모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만 선정된다니 탈락한 쪽으로부터 특혜나 역차별을 운운하는 반발이 뻔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예타는 대형 공공투자사업에 착수하기 앞서 경제성, 사업성, 지역균형발전을 따지는 절차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무분별한 토건 사업과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 예산이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물론 국가재정법에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이나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정책적 사업은 면제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엄격히 제한한다. 제도 도입 이후 2017년까지 767건의 지자체 사업 중 36.7%를 부적합으로 판정해 국고 141조원을 절감했다. 2009년 4대강 사업에 예타를 면제한 이후 10년 동안 한 건도 없었던 것만 봐도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읽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캠페인 때부터 경기 부양을 위한 토목건축사업은 벌이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 건설 경기가 급랭하자 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예타 면제라는 특단의 카드까지 쓰며 입장을 바꿨는데 국민을 납득시키기엔 설명도 부족하고 논리도 궁색하다. 전국적으로 쏟아지는 SOC사업에 예타를 면제하고 한꺼번에 건설공사에 들어간다면 재정건전성 훼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선정된 사업과 제외된 사업 간 차별과 특혜 논란은 지역 간 정치적 갈등만 키울 수 있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토건사업을 펴는 것이라는 비판에 정부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예타 면제를 남발하기 전 곳곳에 만들어놓고 적자를 면치 못하는 지방 공항들부터 먼저 직시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