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남북정상 '완전한 비핵화' 선언 후 1년, 그 다짐 되새겨야(2019.4.27.)

joon mania 2020. 2. 24. 11:04

[사설] 남북정상 '완전한 비핵화' 선언 후 1년, 그 다짐 되새겨야(2019.4.27.)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읽은 판문점선언에 온 겨레는 물론 전 세계가 주목했다. 그날로부터 1년 새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두 차례 미·북정상회담을 각각 갖는 등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다각도의 프로세스가 격동적으로 이어졌다. 남북은 군사 분야에서 합의서를 채택해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 철거를 끌어냈다. 남북 관계는 이산가족 상봉행사 재개와 함께 연락사무소 설치, 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 추진으로 발전했다. 4·27 판문점선언 이전에 비해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 위험은 현저하게 감소하면서 평화 체제 정착 기대감이 높아졌으니 큰 진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올해 2월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의 합의 도출 실패는 그전까지 순항하는 듯하던 비핵화 논의가 돌연 벼랑 끝으로 밀려난 듯 기류를 바꿔버렸다. 이후 미·북은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놓고 일괄 타결식 빅딜을 고수하는 미국과 단계적 접근을 원하는 북한의 입장이 평행선을 긋는 교착 상태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한 행사에서 3차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대화는 좋지만 빨리 가고 싶지 않다"고 속도 조절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보다 북한 체제를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국이나 러시아를 우군으로 확보해 북·중·러 공동전선으로 맞서려는 행보도 취했다.
문 대통령은 미·북 사이에 중재자이자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는 촉진자를 자임하고 나섰으나 최근엔 미국이나 북한 양쪽으로부터 어정쩡한 대접을 받고 있으니 난감할 것이다. 미국 쪽에서는 빅딜에 이르는 비핵화 개념을 놓고 한미 간 의견 불일치 불만이 나온다. 북한에서는 오지랖 운운하는 조롱 섞인 타박까지 듣는 지경이다. 우리로서는 양국 간 동맹 관계에 입각한 굳건한 한미 공조 위에서 북한과의 실무 협상을 통해 비핵화와 제재 완화 등 본질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포괄적 합의가 있어야 단계적 이행도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남·북·미 정상 간의 일대일 회담으로 일을 풀어온 톱다운 방식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동시에 실무 합의로 내용을 채우는 보텀업 방식을 병행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미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에 전할 메시지를 받아왔으니 이를 전하면서 미·북 양측 모두 수긍할 로드맵을 도출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미·북 간 비핵화 논의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야 남북 평화체제 대화도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판문점선언의 다짐을 거듭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