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아베 도발에 맞보복보다는 부당성 알리는 게 먼저다(2019.7.6.)

joon mania 2020. 2. 24. 14:02

[사설] 아베 도발에 맞보복보다는 부당성 알리는 게 먼저다(2019.7.6.)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등 3개 부품 수출 규제와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노골적인 도발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아베는 지난 3일 이번 조치가 WTO 협정 위반이 아니라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한국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3일 밤 TV아사히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 대책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당연히 할 일을 해야 한다"고 감정적 보복임을 실토했다. 그는 4일 밤 NHK에 출연해서는 "지금 볼은 한국 쪽에 있다"고 주장했다.
연일 이어지는 아베의 공세에 청와대와 정부도 마침내 정면 대응하듯 맞받아치고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공식 발표가 나왔을 때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지만 선회한 듯하다. 청와대는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의를 열고 수출 규제는 보복적 성격이라고 분명히 지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일본의 수출 규제는 명백한 경제 보복이라며 우리도 상응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품목을 확대하거나 전략물자 수출을 제한하는 등이라고 한다.
청와대와 정부의 적극 대응은 그냥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보복을 경고하며 치밀하게 준비해 카드를 꺼냈는데 우리 정부는 그동안 뭐했냐는 비판에 뭔가 보여주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맞보복 조치를 취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자칫 서로 쓰러지는 치킨게임이 될 수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조치에 대해 WTO 규범 등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는데 우리가 비슷한 조치를 취하면 더 이상 명분을 내세우기도 어려워진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우리 기업에서 부품을 제공받는 애플이나 퀄컴 등 미국 기업과 화웨이 등 중국 기업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니 국제사회의 반발 강도가 커지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현시점에서는 일본 조치의 부당함과 자유무역 원칙 위배를 강조해 국제사회의 동조를 끌어내는 게 먼저다. 우리 쪽에서 벌어지는 민간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감정 싸움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서로의 감정을 누그러뜨린 뒤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외교로 촉발된 문제이니 경제를 끼워넣지 말고 외교로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