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허 찔린 안보, 복합위기 맞고 있다(2019.7.25.)
joon mania
2020. 2. 24. 14:14
[사설] 허 찔린 안보, 복합위기 맞고 있다(2019.7.25.)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은 물론 영공까지 침범했다가 우리 군이 경고 사격을 가해 물러간 사건의 파장은 만만치 않게 확산될 듯하다. 중·러가 한국전쟁 종전 후 처음으로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합동훈련을 한 데다 외국 군용기의 영공 침범과 이를 향한 경고 사격도 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공군의 대응에 대해 일본이 자국 영토 운운하며 자기들이 대응할 일이라는 억지 주장까지 펼쳐 전선이 넓어졌다. 중·러 합동훈련은 정황상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목적을 가진 행위라는 점에서 간단치 않다. 상호 협약을 아직 맺지 않은 양국이 군사협력 수준을 높인 건데 한반도 상공을 지역으로 삼은 것이다. 중·러 군용기는 올 들어 수차례 KADIZ를 침범해 비행하는 등 작전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동해와 남중국해는 물론 넓게는 서태평양 해상까지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인도양에서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해상 제해권을 쥐고 있는 미국에 공개적으로 맞서려는 의도다. 그런 차원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중·러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이 느슨해진 틈을 노린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 견제를 위해 호르무즈해협에서 연합 전력을 구성하려는 데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다목적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한반도 주변국의 복잡한 군사적 역학 관계를 넘어서 국가 안보의 허를 찔렸다는 측면에서 매우 심각하다. 북한을 의식하며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는 등 한미 군사동맹이 느슨해지는 기류를 보이는 데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구멍이 뚫렸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 구체적 진전은 없는데 우리는 마음만 앞서 경제협력이나 교류로 북한을 끌어안으려고 덤비다 엇박자를 내고 있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을 트집 잡아 우리의 인도적 쌀 지원을 거부했고, 보란 듯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 사진을 공개하며 엇나가고 있다. 대북 포용 방식을 놓고 한미 간 신뢰 균열이 나왔다면 서둘러 봉합해야 할 것이다. 마침 한국을 방문 중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강조했다. 이번 사건 후 미국이 국방부 대변인 명의로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대응을 강력 지지한다"고 두루뭉술한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한일 간엔 경제보복을 넘어 독도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안보에 관한 한 어떤 상황에서든 한미 동맹의 기본틀을 강력히 다져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손잡고 북한과의 삼각 체제를 강화한다면 우리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고삐를 더 조이는 카드로 맞설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한일 갈등의 돌파구 마련은 시급하다. 지금 대한민국이 빠져들고 있는 안보상 복합 위기를 넘기 위한 치밀한 전략과 철통같은 태세를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