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野 통합, 정치공학 아닌 가치동맹이어야 한다(2019.8.29.)

joon mania 2020. 2. 24. 14:31

[사설] 野 통합, 정치공학 아닌 가치동맹이어야 한다(2019.8.29.)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 나아가 보수 진영의 통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기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원 연찬회뿐만 아니라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주최 토론회에서 관련 논의가 쏟아져 나왔고 앞으로 비슷한 목소리가 가속화될 듯하다. 2017년 탄핵과 대선 이후 사분오열된 야권이 통합의 고삐를 조이려는 것이다. '반문재인정부' 투쟁을 연결고리로 통합의 군불을 때고 있는데 호응을 끌어낼지 지켜봐야겠다.
야권 통합 준비를 자임한 '통합과 혁신 준비위원회'는 27일 토론회를 가진 뒤 "정권을 심판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대안 세력을 만들기 위해 야권 통합을 추진한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토론회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보수 대통합을 주도하는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주도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화답하듯 "자유 우파 정당들이 나뉘어 있고 리더나 구성원들이 내려놓지 못하고 있어 통합의 물꼬를 트지 못한다"며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다른 토론회에서 "특정 정당 중심의 통합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인지도와 권위 높은 원로들이 빅텐트를 쳐줘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이 야권에 거는 기대는 권력을 쥔 여당을 견제하고 정책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의 행태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 연찬회에서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한국당에 부족한 것으로 반성 없는 반대, 실력 없는 구호, 품격 없는 막말, 연대 없는 분열을 꼽았다. 단순히 기존의 유명 인사들을 한배에 태우는 식의 보수 통합이 먹히기에는 국민의 정치적 의식 수준은 훌쩍 높아져 있다. 야권이든 여권이든 통합은 선거 승리만을 위한 정치공학이 아니라 가치 동맹이어야 지속가능하다. 자유, 민주, 공화의 정신에 충실하면서 국가 안보와 경제적 번영, 인권과 복지 증진을 위한 분명한 철학과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내놓고 경쟁해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당명을 바꾸거나 같은 인물들이 뭉쳤다 흩어지는 한국 정치의 구태와는 다른 모습의 야권 통합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