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개도국 지위 잃은 농업, 경쟁력있는 첨단산업으로 거듭나야(2019.10.26.)

joon mania 2020. 2. 24. 14:55

[사설] 개도국 지위 잃은 농업, 경쟁력있는 첨단산업으로 거듭나야(2019.10.26.)


      

정부가 25일 농업 분야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내려놓기로 공식 선언한 것은 국제 관계나 세계 통상 질서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직접적인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중국 견제 차원에서 한국을 포함한 경제 발전국에 요구하면서였다. 트럼프는 이달 23일을 아예 시한으로 못 박았다. 미국의 압박에 이미 브라질, 대만,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이 줄줄이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자 우리도 고심하다 어제 결론을 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위상과 경제적 영향을 두루 고려했다"고 했는데, 세계 경제에서 우리의 위치를 감안하면 더 이상 버티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제시한 개도국 지위 불가 기준 4가지에 우리는 모두 해당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 분류 1인당 국민소득 1만2056달러 이상 고소득 국가, 세계 무역량 0.5% 이상 등이다. 지난해 기준 세계 4위의 수출액을 달성한 나라가 더 이상 농업 분야 개도국 특혜를 고집하기는 어려웠다. 개도국 특혜 포기 결정을 미룬다고 해도 향후 WTO 협상에서 우리에게 더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었으니, 늦출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을 다 잃을 처지였다.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 등 농민 지원에 최대한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후진국에서처럼 직접 가격을 보전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가능한 한 간접 지원하는 방식을 늘리기로 했다. 매일경제는 2010년 발표한 '아그리젠토 코리아' 보고서에서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주창했다. 농산물 생산과 가공을 판매와 관광체험, 축제 등에 연계시켜 1·2·3차 산업을 포괄하는 융합산업으로 키우자는 제안이었다. 이참에 우리 농업을 전통적인 1차 산업에서 탈피시켜 경쟁력 있는 첨단 산업으로 육성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국 농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듭나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현금 살포가 아니라 농지 개발부터 농산물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규제 개혁과 혁신 투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