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귀룽나무처럼(2020.3.4.)
[필동정담]귀룽나무처럼(2020.3.4.)
꽃 중에 봄을 알리는 전령사는 여럿이다. 이름 그대로 영춘화나 주변에서 쉽게 보는 개나리를 먼저 떠올리는데 봄 노랑꽃 중 첫 주자는 생강꽃이다. 생강 냄새를 피워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아쉽게도 동네 주변 야산에서 생강꽃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산속에 주로 자생해서다. 대신 생강꽃과 많이 닮은 산수유꽃이 눈길을 끈다. 병충해에 강하고 관리하기 쉬워 주변에 많이 심은 덕분이다. 꽃 가운데 봄 전령사의 영예는 산수유 차지다.
나무 중에는 귀룽나무를 꼽는다. 벚나무는 꽃을 먼저 올리고 잎이 나중에 나온다. 반면 귀룽나무는 잎을 밀어올린 뒤 4월말이나 5월초 쯤 흰색 꽃을 피운다. 연두색의 새순 잎이 우리에게 가장 처음 봄을 안겨준다. 웬만한 뒷산에서도 볼 수 있는데 계곡 부근이나 강가 등 습한 지역에 주로 자란다. 밝은 연두색이 가까이서는 잘 느끼지 못하는지만 멀리서는 산 전체를 눈 부시게 만든다. 열매가 쓴맛이라 새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유러피언 버드 체리 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처음엔 구룡목이라는 한자 이름을 붙였는데 구룡나무로 바꿔 부르다 귀룽나무로 자리 잡았다. 가지를 꺽거나 껍질을 벗기면 역한 냄새가 진동한다. 파리가 이 냄새를 싫어해 파리 쫓는 용도로 쓰기도 했다. 민간에서는 가지를 끓여 체했을 때 먹고 생즙을 치료에 썼다고 한다.
봄이 스물스물 다가오면 땅바닥엔 냉이꽃, 꽃다지처럼 발에 무심코 밟히는 식물이 먼저 나온다. 그 무렵 고개를 들어보시길. 어느덧 귀룽나무가 연록의 새잎을 피워내고 있다. 봄은 그렇게 찾아온다. 코로나19로 나라 전체가, 국민 모두가 움츠러들어있으나 이겨낼 것이다. 혹자들은 달관하듯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고 무심하게 말하는데 각자의 노력이 더해져야 벗어날 수 있다. 비난보다는 격려가, 외면보다는 포용이 필요한 때다. 코로나19 극복을 알리는 전령사는 곧 나타날 것이다. 연록 잎으로 봄을 알리는 귀룽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