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한·일 더 이상 과거에 매여 있을 여유 없다(2019.12.25.)
joon mania
2020. 3. 4. 11:31
[사설] 한·일 더 이상 과거에 매여 있을 여유 없다(2019.12.25.)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24일 공식 정상회담은 15개월 만이었다. 2018년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의 만남 이후다. 양국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갈등도 고조됐다가 겨우 접점을 찾아 이뤄진 자리다. 일본은 이번 회담에 앞서 지난 20일 반도체 소재 포토레지스트 수출규제 완화를 발표하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부족했다. 3개 품목 규제를 전면 해제하고 전략물자 화이트리스트에 한국을 다시 포함시키는 원상회복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문제도 자연스레 풀릴 수 있다. 우리 쪽도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 해당 일본 기업의 압류된 자산 현금화를 미루고 양국 정부와 기업을 참여시키는 배상방안 등 해법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경제와 안보 현안에서 갈등을 빚은 것은 강제징용이라는 과거사 문제에 뒤얽힌 때문이다. 가해자의 사과와 반성 그리고 피해자의 수용과 용서를 바탕으로 과거의 수렁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하는데 넘어야 할 장애물이 널려 있다. 그렇지만 숙명적인 이웃 국가로서 난관을 딛고 일어나 미래를 향해 손잡고 가기 위한 협력 관계를 속히 복원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존중하고 실천하기 바란다.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말한 오부치 게이조 총리에게 김대중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함께 가자고 화답했다. 갑자기 엉클어진 양국의 경제 협력이나 문화 관광 및 인력 교류는 실사구시 차원에서 속히 정상화돼야 한다. 다시 고조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위협에 동북아와 한반도 안보를 위한 한·미·일 공조는 중요해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어제 정상회담 시작 때 "양국은 중요한 이웃이며 양국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한국과 일본은 교역과 인적 교류에 중요한 동반자"라고 응수했다. 언제까지 양국이 과거에 매여 제자리걸음만 되풀이할 것인가.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했으니 이번 두 정상 간 만남을 양국 정치지도자와 국민이 생각을 확 바꾸는 전환점으로 삼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