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보수 통합, 정권 심판론 넘어 혁신과 비전으로 승부해야(2020.1.4.)

joon mania 2020. 3. 4. 11:34

[사설] 보수 통합, 정권 심판론 넘어 혁신과 비전으로 승부해야(2020.1.4.)


      

21대 총선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집권 여당에 맞서기 위한 보수진영 여러 정파의 움직임이 부산해지고 있다. 보수 대통합이라는 큰 명분을 내세우지만 각자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머리싸움과 계산에 분주하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현역의원 8명과 전직 의원들이 3일 집단으로 탈당했다. 유승민계인 바른정당 출신들로 5일 창당하는 새보수당에 합류하기 위한 행보다. 2일엔 1년3개월 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해외 유학을 떠났던 안철수 전 의원이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새해 첫날 보수대통합 의지를 밝혔지만 서로의 신경을 거스르는 언사만 던졌을 뿐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평행선만 그었다.
4월 15일에 치를 총선까지 일정을 감안하면 당사자들의 마음은 바빠졌을 것이다. 황 대표는 "시간이 많지 않다.통합 열차를 출발토록 하겠다"고 했다. 유 의원은 "아무리 늦어도 2월 초까지는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3일 우파 정치세력의 대통합을 부르짖으면서 황 대표와 유 의원에게 작은 이익에 집착하며 머뭇거릴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어떤 명분을 내걸든 결국은 반(反)문재인 기치와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유권자들의 표를 얻자는 것이다. 과거 전례를 보건대 선거를 목전에 두고 이뤄진 어설픈 통합과 연대로는 좀처럼 성공하기 힘들었다. 집권 여당에 대항하는 단일 대열을 만들지 못하는 데다 공천에서 지분 나눠 먹기 같은 구태를 벌이면 오히려 유권자의 외면만 받고 말았다.
보수통합이 성공하려면 각자의 결단이 절실하다. 집권당이었다가 제1야당으로 밀린 자유한국당은 처절한 반성 위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한 뒤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는 대범한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유 의원 중심의 군소세력도 개혁보수나 실용중도 같은 그럴싸하게 포장된 미사여구만 내세우는 단계를 넘어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를 읽게 해야 한다. 안 전 의원은 정계 복귀를 선언했지만 달라진 정체성을 빨리 정리해 평가받아야 한다. 중요한 건 보수통합 후 등장한 정당이 진정한 혁신과 비전을 유권자들로부터 인정받느냐다. 과감한 물갈이와 파격적인 인적 구성도 관건이지만 정강과 정책상의 노선에 세대별 요구나 달라진 시대정신, 보수의 가치를 얼마나 충실히 담아내느냐가 핵심이다. 혁신을 담보하지 못하는 통합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