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컬럼

[세상사는 이야기] 아! 피카소 (2020.6.27.)

joon mania 2020. 6. 28. 10:55

[세상사는 이야기] 아! 피카소 (2020.6.27.) 

한국전쟁 70주년 돌아보지만
국가폭력과 맞보복에 희생된
양민들의 영혼은 덧없다
피카소의 고발 작품을 보며
풀 매듭이 많음을 확인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중 무거운 메시지를 던지는 몇 개가 있다.이른바 정치예술이다.평론가들은 표현주의 회화라는 레이블을 붙였다.1951년 그린 `한국에서의 대학살`(Massacre in Korea)도 그 중 하나다.벌거벗은 임산부와 아이들에게 총칼을 겨눈 군인들 모습을 유채화에 담았다.스페인 화가 프란시스 고야가 1814년 그린 `1808년 5월 3일`의 복사판이다.이미 죽은 사람들 시신 위에서 겁에 질려 팔을 들고 살려 달라 애원하는 스페인 양민을 쏴 죽이는 프랑스군 모습이다.나폴레옹의 무력 침략후 압제에 시달리던 마드리드 시민들이 봉기를 일으켜 저항에 나섰는데 이들에게 저질러진 프랑스군 만행을 고발했던 작품이다.


무고한 양민 학살을 고발한 피카소 작품은 유명한 `게르니카`가 먼저다.1937년 4월 26일 독일 공군과 이탈리아 공군이 스페인 바스크지역 소도시 게르니카를 3시간여 폭격했다.장날을 맞아 시장 주변에 모였던 민간인 1600여명이 몰살됐다.폭격기는 소이탄과 폭탄을 퍼부였고 전투기는 도망치는 민간인에 기총소사를 가했다.스페인 독재자 프랑코가 폭격을 요청했다.나치 독일은 최첨단 공군 무기의 성능을 실험했다.정작 게르니카 외곽에 있던 군수공장엔 폭탄이 떨어지지 않았다.프랑코에 대항하는 공화파지지 지역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민중의 저항 의지를 꺽으려는 목적 뿐이었다.독재자 프랑코와 나치 독일,파시스트 이탈리아가 손잡고 벌인 반(反)인륜의 극치를 보여준 사건이었다.영국의 더 타임즈와 미국 뉴욕타임즈가 이틀후인 4월28일 이 참상을 보도해 세계에 알렸다.당시 파리에 살던 피카소는 당초 스페인 정부로부터 파리 국제엑스포의 스페인 전시관에 내걸 작품을 의뢰받은 상태였다.소식을 들은 그는 원래의 구상을 뒤로 밀고 게르니카 학살을 그렸다.가로 7.7미터 세로 3.5미터의 대작이었다.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대학살'은 1950년 6월25일 북한의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터진 후 그해 10월17일부터 12월7일까지 황해도 신천에서 벌어진 양민 학살을 다뤘다.북한측은 3만5000여명의 민간인이 죽었다고 주장했다.당시 신천군민의 4분의 1이 50여일만에 죽임을 당했다니 참혹하기 이를데 없다.피카소는 미군에 의해 자행된 일을 고발하려는 의도로 작품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이유로 피카소가 사회주의에 기울어져 있었고 공산주의 활동을 벌였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한국전쟁이 이어진 내내 양쪽간 죽이고 죽는 피의 보복은 처참했다.첫해 남쪽으로 밀고 내려온 인민군과 숨어 있던 좌익세력의 우익측을 향한 살육이 난무했다.인민재판이 활용됐다.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뒤집은 뒤 북한땅으로 올라간 국군과 미군에 의한 응징도 만만치 않았다.20만 인구의 신의주는 미군 폭격으로 도시의 80%가 잿더미로 변했다고 했다.평양을 버리고 도망칠때 저질러진 인민군의 우파 성향 양민 학살도 무지막지했다.원산에서 자행된 1800명 집단학살을 본 당시 조병옥 내무장관이 "북한 지역은 인간 지옥이었다"고 혀를 찼을 정도였다.한쪽에 의한 일방적 가해가 아니라 좌우 이념 대립의 결과였다.황해도 신천 학살도 미군에 의한 양민 죽이기를 넘어 내재적으로 숨어있던 양측의 맞보복이 더해졌던 일이었다.작가 황석영이 2001년 내놓았던 장편소설 `손님'에 이런 이야기가 잘 그려져있다.마르크스주의와 기독교라는 두 상극의 외래 손님에 물든 사람들이 서로 죽이는 바보짓을 반복했던 것이다.마르크스주의는 좌익, 기독교는 우익과 미군의 상징이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는 올해에도 전쟁의 명암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데 그치고있다.나는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묻혀버린 국가폭력과 그에 희생된 양민들의 덧없는 영혼을 떠올린다.피카소의 작품은 그 문제를 던진다.민감하고 조심스럽지만 언젠가는 매듭을 풀어야한다.진상 규명을 하고 역사에 기록부터 제대로 해야한다.갈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