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대청부채와 가시연꽃(2020.7.31.)

joon mania 2020. 7. 30. 11:20

[필동정담]대청부채와 가시연꽃(2020.7.31.)

몰랐던 식물의 세계를 알았을 때 경이로움은 실로 크다.

햇살을 맞는 아침에만 필 것 같은 꽃이 새벽이나 밤에도 피는 오묘함이 대표적이다.나팔꽃은 새벽 4시경부터 피었다가 정작 해 뜨면 진다.달맞이꽃은 밤에만 핀다.대청부채는 더 특이하다.오후 3시 꽃을 피웠다가 밤 10시 쯤 오므린다.잎이 부채처럼 펼쳐져있다.중국,몽골,러시아에도 서식하는데 서해안 대청도,소청도와 백령도에 주로 자생한다.그래서 대청부채라는 학명이 붙었다.대청부채의 이런 개화시간 비밀을 식물학자들이 찾아냈다.같은 붓꽃류인 범부채라는 유사종과 섞여 교잡종이 생기는걸 막기 위한 생존술이란다.대청부채와 범부채는 염색체 수가 같을 정도로 가까운데 섞여버리면 자체 번식능력을 갖는 교잡종이 생긴다.이를 피하려고 꽃 피우는 시간을 달리 한다는게 연구자들의 결론이다.오후 3시부터 개화하는 대청부채와 달리 범부채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에 꽃을 피운다.개화시간이 겹칠 땐 나름의 방법으로 교잡을 피한다.각 식물은 꽃가루 공급량을 조절하고 가루받이 역할인 벌이나 나방은 본능적으로 가루 얻는 시간을 인지해 찾아감으로써 장벽을 친다는 것이다.
100년에 한번 꽃을 피운다는 얘기를 들을 만큼 개화와 발아율이 낮은 식물도 있다.가시연꽃이다.산림청이 지정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217종 가운데 보존해야 할 1순위에 올라있다.창녕 우포늪이나 강릉 경포호에 많이 자생한다.물에 떠있는 잎의 지름이 다 자라면 2m에 이를 정도로 큰데 양면에 가시가 잔뜩 돋아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지름 3~4cm의 보랏빛 꽃은 햇볕 등 여러 조건이 최적일 때만 두어 시간 피고 만다.활짝 핀 꽃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
대청부채와 가시연꽃 같은 희귀 식물을 멀리 있는 자생지에 가지 않고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경기도가 조성한 오산시 물향기수목원이다.비 주춤해지면 주말 휴일에 찾아가 식물 공부도 하며 고즈녁함을 한번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