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왕별꽃 (2020.9.11.)
[필동정담]왕별꽃 (2020.9.11.)
야생화 찾아다니는 동호인들 사이에 요즘 작은 화제꺼리가 하나 있다.백두산과 중국쪽 인근 습초지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꽃이 엉뚱한 곳에서 발견된 일이다.경기도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한 지천변에서다.주인공은 왕별꽃이라는 북방계 토종식물이다.큰산별꽃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보통 깨알만한 다른 별꽃에 비해 손톱 정도로 커 눈길을 쉽게 끈다.
왕별꽃은 중국 쪽을 통한 백두산 등반을 할 수 있을 때 찾아갔던 야생화 매니아들이 찍어 올리며 알려졌다.북한쪽 천연기념물로 지정돼있다.6~9월에 꽃이 피는데 지난해 여름 눈 밝은 이들이 일산호수공원 지천 한 귀퉁이에서 찾아내 입소문을 조금씩 키웠다.10m²정도에 걸쳐 군락지를 이루고 있으니 낯선 땅에 자리를 잡은 셈이다.지천 부근을 찾은 철새들 작품일 것으로 추정된다.백두산이나 시베리아에서 놀던 철새들이 남쪽으로 건너와 뿌린 분변에 있던 씨앗 덕분이라는 얘기다.풀리지 않는 궁금증은 있다.추운 고산 습초지에서 자라는 식물이 남쪽 토양을 어떤 연유로 받아들였을까다.변형된 기후변화로 한냉식물이 따뜻한 동네에서도 자랄 수 있게 됐나.기온보다는 습지라는 여건이 식물의 생장에 더 중요해졌나.
식물학자나 애호가들의 노력이겠지만 각각에 붙어있는 예쁜 이름을 접하곤 가끔씩 탄성을 금치 못한다.식물에 왕과 졸개를 나눠서는 안되는데 사람들은 종마다 왕을 붙여줬다.왕별꽃처럼 왕벚나무,왕제비꽃,왕작살,왕쥐똥나무 등이다.별이 붙은 식물은 하늘에서 별똥별이 땅으로 떨어지다가 숲으로 흩어지며 꽃으로 변한 것이라는 멋진 설명도 있다.개별꽃,쇠별꽃,덩굴별꽃 등이다.왕별꽃도 그 중 하나다.혹자는 이름없는 들풀,들꽃이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말라 한다.이름이 없는게 아니라 보는 이가 이름을 모를 뿐이라는 것이다.들풀,들꽃과 친해지려면 호기심부터 갖고 봐주는게 시작이다.일단 보이면 이름을 알고 싶어지고 알고 나면 사랑할 수 있다.사람 관계에서도 똑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