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필동정담]단위에 쓰는 순우리말(2020.12.29.)

joon mania 2020. 12. 28. 09:47

[필동정담]단위에 쓰는 순우리말(2020.12.29.)

달걀 셀 때 쓰는 꾸러미는 몇 개일까.바늘의 한 쌈은?김을 세는 톳은 몇 장?답은 10개, 24개, 100장이다.세 단위어의 숫자를 정확히 안다면 상당한 어휘 실력으로 인정할 만 하다.
생선에 붙이는 단위어는 어종마다 다르다.굴비는 10마리를 1갓으로,20마리를 1두름으로 쓴다.같은 20마리여도 북어에는 1쾌,오징어에는 1축,낙지에는 1코이니 다양함이 놀랄 정도다.자반고등어는 큰 놈에 작은 놈 하나 더 끼워 줄 경우 2마리를 1손이라고 표현한다.곶감과 사과 등 과일에는 100개에 1접이라 붙인다.오이나 가지는 50개를 1거리라 한다.나물의 경우 한 줌에 들어올 분량을 1모숨이라고 하는데 10모숨을 묶어서는 1갓이라고 한다.미역 10장에는 1뭇이라는 단위가 있다.뭇은 장작이나 짚더미 묶음에도 활용한다.그런데 장작 100개비에는 1강다리라는 다른 단위를 쓰기도 한다.
쌀 보리 등 곡식의 도량 단위는 촘촘하다.홉(合)-되(升)-말(斗)-섬(石)으로 나뉘는데 각각 10배씩 커지다가 1섬만 15말로 쳤다.1섬은 2가마니다.재미있는건 도정하기 전의 벼와 도정 후 가벼워진 쌀을 따로 산정한 점이다.벼는 5말을, 쌀은 4말로 1가마니 분량을 달리 적용했다.환산하면 벼는 89kg짜리를, 쌀은 80kg짜리를 1가마니로 친다.논이나 밭의 크기를 잴 때의 마지기는 한 말을 씨로 뿌릴 만한 면적이고,섬지기는 한 섬을 뿌릴 면적으로 천석꾼은 천섬의 벼를 수확할 땅을 가진 사람을 칭한다.그보다 적게 백석꾼이라는 말은 안쓰지만 100섬에 붙이는 1담불이라는 단위어는 있다.
시간을 가늠하는 단위로 하루의 4분의 1인 6시간을 부르는 한겻이라는 표현도 있다.한달 쯤은 달포,1년 쯤은 해포라고 한다.이렇게 세세하고 다양한 순우리말 단위어를 갖고 있는데 평소 쓰지 않고 갈수록 잊고 있으니 다음 세대로까지 계속 보존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획일적인 서구식 계량 단위에만 익숙한 세태를 탓해봐야 소용없고 문학작품외에서는 접하기 어려우니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